76 『퀴어』 - 윌리엄 버로스

펭귄클래식 미국소설 고전 세계문학전집

by 뿡빵삥뽕

실패한 구애의 찌질함이 베갯잇을 적시는 그런 이야기는 접하기 쉽지 않다. 특히 자전소설에서 그대로 쓰는 것은 더욱. 나는 그랬던 내 이야기를 일기장에도 쓰지 않았고 누구에게 전해준 적도 없으니까.

동성애자이자 비트세대의 대표적 작가인 윌리엄 버로스가 자전적인 이 소설(퀴어는 당시에 게이라는 의미로 쓰임)을 쓸 1940년대는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동성애자들에게 합법적인 전기자극(고문)이 가능하던, 그렇게 했던 시대다.

책을 쓴지 30년이 지난 1985년에 공개된 이 책에서 버로스 자신이기도 한 주인공 윌리엄 리는 멕시코에 도피성 거주생활을 하며 젊은 앨러턴에게 끊임없는 치욕스런 구애를 한다.

30대의 리는 앨러턴의 거절을 쿨한척 흘려넘기는 듯하지만 뒤에선 눈물을 흘린다. 나중에는 얼척이 없는 남미 여행에 동행하게 만들고 겉핥기의 애정을 얻기는 하지만(순전히 여비를 지원하는 대가였다) 약을 구할 여행의 목적도 구애도 실패한다.

리의 구애가 사실 겉으로는 추파를 벗어나지를 않는다. 앨러턴이 그를 거부하는 이유가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쟁세대의 그 시절이 어떤 분위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면 싫겠지.

리의 욕망이 어떤 면에선 난잡하나 하루가 멀다하고 거절당하고 잠에 들때마다 질질 짜는 모습은 짠하다. 남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그 옛날 내 불편한 기억을 건드린다.

p17 - 나는 내 경험을 적음으로써 그 글들을 통해 이후의 위험한 모험에 대한 면역력을 얻었다.

버로스는 이 책의 이야기가 자신의 정밀한 경험이라고 굳이 굳이 밝힌다. 기억이나 경험은 소멸하거나 잊히지 않고 그대로 굳어 있거나 상처로 남을 경우 관통하거나 치료해야 한다는 듯이. 어쨌든 나 자신의 피와 살에 각인 되어 있으니 마주봐야 한다는 직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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