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한국 대하소설 토지
요즘 전국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예약대기까지 줄을 섰다고... 1권만.
하지만 사학과 출신 누나가 뜻밖의 전집 소장자. #왠일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발췌본이 있었고 그래서 읽지 않은 책이다. 3년간 온갖 문제집과 시험에 등장해서 스토킹 당하듯 시달리다 보면 교과서 속 작가들의 위대함도 박물관의 박제같은 유물이 되어버린다.
그런 핑계를 딛고(?) 읽은 토지 1권은 신세계에 가까웠다. 400쪽이면 사람 열둘을 죽이고 범인을 찾고 눈물도 뽑았다가 신기루를 걷어낸 반전도 만나서는 사실 이건 꿈이고 너는 고작 먼지같은 닝겐일 뿐이라며 삼라만상을 그리려는 책들도 많은데... 토지 1권은 대부분의 분량을 인물소개로 채웠다.
등장인물들도 제각기 색이 있어서, 윤씨 부인은 비밀의 노부인이며 서희의 얄미운 짓에는 귓방맹이를 날려주고 싶고 최치수는 싸이코패스. 용이와 월선과 강청댁의 삼각관계는...
아! 운명이란
교과서에 등재되는 작품들이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토지는 여러면에서 비교를 거부하는 고고한 느낌이다.
1권은 아직 재미있다.
3부(9권부터)쯤 되면 의무감으로 읽는다지만
박경리 작가님의 시선에 경탄하기에 1권은 충분한 악력을 보여준다.
토지는 한마디로 '연민'이라고 한 생전 인터뷰가 생각난다.
알쓸신잡이 불어넣은 바람덕에 읽지만 이 바람이 아니면 또 언제로 미룰 지를 몰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