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세계문학전집 안톤 체호프
<지루한 이야기>, <검은 옷의 수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세편의 소설이 담겨 있고, 민음사의 <체호프단편선>과는 겹치는 작품이 없다. 열린책들 에서 낸 단편집에는 뒤의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p132
그러나 책에 들어 있는 사상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거대한 것, 무한한 것, 영혼을 뒤흔드는 것을 원했다.
이 세편의 이야기에서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학자로서의 경지를 이룬 노교수의 성공 너머의 것, 문학박사의 지식인의 학문 너머의 것, 바람둥이 남자의 연애 너머의 것.
당시로서는 경험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을 이 다음, 그 다음으로 디뎌야 할 미지의 이상, 경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인 의사의 삶을 살았던 지식인이자 문학적 재능 또한 천재적인 작가 체호프가 끝내지 않은 이야기를 나라는 사람이 알아내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심지어잘생김
막연하다는 그 모호한 지점은 이 소설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뭉클하고 답답한 이율배반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성공한 삶의 권태를 느낄 수 있는 여유, 비정상이 되어야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의 경지, 속박을 느껴야 솟아나는 열정같은 역설적인 상태.
그 지점을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 뭔지 모르겠지만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실의 발목을 나 또한 잡고 살아가고 있더라는 이야기. 그렇게 균형잡고 있다는 부인하기 어려운 기분.
그래서 끝도 없이 돌고 돌아서
체호프의 소설은 끝이 없이 끝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