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 황혜경,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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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저자 황혜경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8.02.09.
p30
나는 독거의 몸이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식단을 가장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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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4
연애나 좀 하며 살아,라는 말을
나는 사랑만 하면서 살 거예요,라고 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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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5
너를껴안고한참울었네많은것들이멸종하니까짐작하니까떠나고나서머무는것들을미리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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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
내가 수영만 잘 했어도 고래를 만나러 떠났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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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경 시인의 시를 '누락의 미학'이라고 쓴 글을 읽었는데, 조금 돌려 생각해보면 도약과 비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느 쪽으로도 나쁜 의미는 아닌데 내 개인적인 선호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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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초반에 낯설게 다가온 영문, 영단어나 다소 자주 등장하는 시나리오 인용구가 읽기를 방해하지만 공백이나 삭선, 타이포그래피적 구조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이런 다양성은 산만함 보다는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채로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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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일상어의 재구축과 한권의 시집이 한점으로 모이기 바라는 개인적인 시심에는 약간...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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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반으로 가까워질수록 비교적 안정적으로 읽히는데, 아마도 뒤로 갈수록 시가 보다 일상적인 형태로 구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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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가난하면 재능도 가난해지는가, 라는 물음이 시인이 도약한 그 공간에 숨겨져 있고, 대개는 재능도 가난해진다 라는 체념도 느껴지는지라 막간 슬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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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두고 읽고 싶어진다'는 누군가의 서평만큼은 아닌지라 약간은 아쉽지만 문학과지성사의 시집에 관한 심미안과 뚝심은 국내 출판사 가운데 역시나 으뜸이라는 생각은 전보다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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