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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41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문학동네

⭐⭐⭐⭐☄

모방범              

저자 미야베 미유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12.20.

p204
화를 내면 말싸움이 되고, 애원하면 경멸당하는 식이었다.

p490
처음에는 화를 내고 나중에는 적당히 상대의 욕망을 채워준다.

p496
그것 또한 본능이 전해주는 경고였다. 엄마 아빠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녀가 힘없는 어린애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규모의 소설을 쓰기 위해, 특히나 1500쪽에 달하는 범죄소설을 쓰는 작가의 역량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읽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잔혹한 연쇄 납치 살인 2인조를 뒤쫓아가며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의 '90년대를 일괄 정리해버린다. 그 배경이 되는 도쿄의 모습이 비단 열도에만 제한되지도 않는... 피폐하고 병든 사회의 총체다.

보다 대단한 지점은 -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 두 부류의 주변인과 언론의 속성까지 누구와 무엇을 다룸에 있어서도 소홀히 하지 않고 범죄의 충격이, 평범한 사람들과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일궈 놓은 세상이 하나의 악의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고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변태되는 지를 거침없이 다룬다.

추리라기 보다는 범죄소설인데 추리의 요소가 등장하는 지점이 어떤 트릭이냐가 아닌 작가가 어디로 화제를 끌고 가는 지에 관한 곳에 있다. 어느 순간, 작가의 의도를 쫓는 추리소설이 된다.

놀랍고 굉장한 소설이다.

몰입시키는 작가의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순간 순간이 이룩해내는 장면의 밀도도 하나같이 높다.

작가의 목소리는 등장인물 누구가 아닌 소설의 총화를 이루는 방향에 있다. 대개 인물을 통해 웅변되던 보통의 이야기가 아닌 전체의 총화에서 드러내는 위대한 이야기의 격을 갖췄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추리소설 독자는 <모방범>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라던 그 말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읽었다.

p.s. 작가의 특질, 문체를 살려내는 #양억관 씨의 번역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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