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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49 『거장과 마르가리타』 - 미하일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 미하일 불가코프, 민음사

⭐⭐⭐⭐☄

거장과 마르가리타              

저자 미하일 불가코프

출판 민음사

발매 2010.09.10.



20세기 초 기괴한 러시아 정세를 똑 닮아있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듣다보면 곡에 대한 그(전문가들의) 해석은 이해하지만 사실 공감하지는 못 했던게 사실이었는데, 불가코프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기괴함에 관해 한두걸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하게 느꼈던 특징을 꼽자면,
차이코프스키의 화려하고 풍요롭고 어딘가는 사치스러웠던 금관이 그로부터 반세기 정도 지난 쇼스타코비치에서는 요란하고 괴괴한 비명을 지르게 된다고 할까...

그런 거칠고 급격하게 반복되는 변주가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문학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 당대 지성들이 본능적으로 그 살풍경한 시대를 예술로 뿜어냈음이 분명하다.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이 꾸며낸 허상의 신화를 소설 속 소설인 #본디오빌라도 에서의 빌라도가 유대교 수장들을 견제하기 위해  예슈아(예수) 죽음 후 유다를 살해/자살로 꾸며내는 신화 창조 과정에 빗대고 있다.

더불어 
당대의 모스크바와 성자시대의 예루살렘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하나씩 짚어내는 소련의 연극과 부동산에 관한 부조리, 기독교의 부활 신앙에의 패러디, 복음서와 괴테의 파우스트를 동급으로 평가하고 뒤섞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존재로서 자유롭게 되는 주인공이자 내연관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이 책이 한명의 작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풍요로운 문학의 하나임을 증명한다.

소설 속 거장의 소설이 태워지고 다시 재생되는 과정은 실제 이 작품이 구술로 쓰여지고 작가 사후엔 거부당하고 외지에서 출간되고 긴 시간이 지난 후 재평가되는 양상과 판박이다. 

불가코프의 통찰이 얼마나 견고하며 지극했는지를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소련의 공권력은 악마 볼란드가 모스크바 사회에 저지른 살인, 방화, 환상, 기만 등의 사건을 조사하며 사건들어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관리하기 편한 형태로 단순 정리해버리는데,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관계(사랑)만은 찾아내지 못한다.

가장 숭고하고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소련에 대한 가장 매서운 평가이자 비판, 채찍질이자 냉소가 아니었을까 

동시대의 #백년의고독 만큼 환상적이며 사실주의를 포괄하는 훌륭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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