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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17. 2018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김명남 옮김

79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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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사디스트 같다.

냉소적이고 차가운데 능란하게 강약 조절을 하면서도 그 채찍의 말초가 리듬을 타는 모습까지 보이는 듯 했다.

누구나 찬탄해 마지 않을 호화 크루즈 여행을 쉬지 않고 신나게 돌려까기 하면서도 어딘가 어리숙한 자신의 모습에 솔직하기가 이를데 없고 자본주의가 이따위 모습이라는 걸 레바논 노동자의 모가지를 붙였다 뗐다 하는 그리스인 선박 간부를 통해 꼬집는다.

절대(쪽)집게가 여기 있다.

그 어떤 솜털 마저도 용납하지 않는 결단력과 집중력.

사실은 집요함!!! 오오오오!!!

음식 잡지에 랍스터 축제 방문기를 의뢰받은 주제에 랍스터를 애도하기가 911테러에 대한 에세이보다 지극하고 눈물샘을 자극한다. 랍스터를 먹지 말라 미개하고 양심도 없는 인간들이여

물론 911에 대한 소설가다운 예술적이고 순도 높은 비탄, 뉴욕을 방문한 적도 없는 할머니들 사이를 지배한 침묵과 침묵 속 기도로 표현한 숙연함도 분명히 느껴진다.

이 책의 결점은 평론가의 추천사를 요약한 띠지가 표지의 작가명을 가린 것 단 하나인데, 그 평론가가 번역가인 김명남 씨의 역량을 칭송한 것은 후면의 추천사 중에서 가장 고개 숙여 동의하는 바이다.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를 숭배하는 전미도서상적인 작가가 그레이의 SM같이 써버린, 뭣 모르고도 빠져들게 만드는 에세이다.

더욱이 각 에세이의 소재에 관해서 더 할 수 없이 강박적이면서도 유려하게 풀어놓는 관련 지식의 풍성함을 보노라면... 작가 사후 10년이나 지나서 읽게 된... 동시대이면서도 동시대가 아니게 된 2018년의 독자로서 서글퍼진다.

교회를 성실히 다닌 게 분명한데 온갖 것에 중독되어 살았고 작가로서 가장 절정기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던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고는 들떠서 어쩔 줄 몰라 마지막에 수록된 짧은 한 편은 몰래 아껴 읽을 생각으로 남겨 둔 이 묘한 기분은 또 얼마나 기이한 것인지

모쪼록 작가, 번역가, 출판사 모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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