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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16. 2018

78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신철규, 문학동네시인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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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의 시들이 모여 슬픔이라는 낮은 파도가 되고 모래의 깊은 곳까지 밀려 들어온다.

한편 한편의 시들이 모여서 슬픔이라는 서사가 된다. 슬픔 위를 걸어가고 기어가고 그 위에 머물러 있다.

다시 읽어봐도 슬픔을 극복하고 승화하고,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보채지 않는다. 꼭 떠나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자신의 이야기까지 끄집어 내어 항변하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너도 슬퍼지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이런 슬픔들이 있다고 말해준다.

가난하여 생일 잔치에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 한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가 아이가 느낀 지구만큼의 슬픔이 여기에 있어요.

시인은 존재함으로서 기억으로 남은 슬픔을 보여줄 뿐이다.

술래를 치고 도망가는 대신 술래의 등을 껴안는 시인의 이야기 (p74 술래는 등을 돌리고)는 얼마나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지, 살아남은 아이 살아남은 아이

굳이 함께 지구만큼 슬플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 껴안아준다고 해서 설마 지구가 뒤집힐까

많이 슬플 수도 조금 슬플 수도 슬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어딘가엔

낮고 깊게 밀려오는 슬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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