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이 Apr 28. 2018

88 『빈 배처럼 텅 비어』 - 최승자

 『빈 배처럼 텅 비어』 - 최승자, 문학과지성사

●●●●○


<모국어>


누구에게나 모국어는 슬픔의 제사상

2년전 나온 최승자 시인의 시집이다.

정신분열로 입원했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경주시에 정착했다고 한다.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스스로를 맑고 투명하게 관통해서 그 자신이 시가 되어버린 것은 알겠다.

내가 대학 때 교재로 삼은 #짜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를 번역했던 그는 기념비적인 시인이었고 선구자였으며 회자되는 횟수만 생각해도 어딘가의 유명한 강단에서 도도한 시선으로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강의를 하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2011년 한 기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의 그를 정신병원에서 찾았다.

이 시집은 툭툭 뱉어놓은듯이 자연스럽고 일상의 언어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모두가 시가 되었다. 시를 쓰는 과정을 보진 못했으나 모든 시가 자연스럽고 애쓰지 않아도 시가 되어버리는 경지를 느끼게 해준다.

하나 하나의 경구가 탄생한다. 시의 구절 하나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내포한 윤기 흐르는 씨앗과도 같다.

p9

 배처럼 텅 비

나 돌아갑니다.

p52

삶이 후드득 떨어진다

더욱 빛나지 않는 강물이 되리라

이 시집은 제목처럼 텅 비어있어서 더 가볍게 세상을 부유하고 더 밝은 빛으로 휩싸여 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담아줄테니 오라하는 풍요다.

독자라는 핑계를 대고서 시인이 살아온 삶의 고통을 연료삼아 감동을 끓여내는 나를 이 책에서 강렬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잔인한 독자이며 또한 텅 빈 독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빈배처럼텅비어 #최승자 #시집 #시인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시인선 #책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87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 린이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