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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29. 2018

89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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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몇 해 전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고갱 전시회를 갔었다. 전시 마감을 앞두고 갔지만 그다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회자되는 그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 동해서 갔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p296

아무튼 기이하고 환상적이었어요. 이 세상이 처음 생겼을 때의 상상도랄까. 아담과 이브가 있는 에덴 동산 같은 거였어요. 뭐랄까, 인간의 형상, 그러니까 남녀 형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고, 숭엄하고 초연하고 아름답고 진인한 자연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어요. 그걸 보면 공간의 무한성과 시간의 영원성이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예술 뿐만 아니라 누구의 이상이라도 달처럼 만질 수 없는 차가운 구경거리가 된다. 달 언저리를 떠다 먹을 수 없으니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얄팍한 동전을 주운 것이 그날 달이 뜬 광경보다 인상적인 경험이 된다.

서머싯 몸의 민음사발 작품 중 가장 비극적이고 서럽고 가장 균형적이었다. 그리고 이 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연금 수령자가 아니다.

성공은 아니래도 증권중개인의 넉넉한 삶과 가족을 버리고 예술을 찾아 떠나는 스트릭랜드의 삶이 증명하는 건 그가 죽은 이후에서야 드러난다.

세상과 문명에 꽂힌 주사제가 다 소용되고 빈통은 지상을 굴러다닌다. 눈치를 보다가 그 이름표를 떼어다가 주인없는 계좌를 만들어 주는 민첩함.

아마도 분명히 슈베르트 전문가가 키우는 애완동물이 죽은 슈베르트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이다.

근래 읽은 책들이 하나같이 괴로운 것들이라서 뭔가 즐거운 이야기, 마지막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찾았는데 그 노력은 일단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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