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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22. 2018

110 『좁은 문·전원교향곡·배덕자』 - 앙드레 지드

『좁은 문·전원교향곡·배덕자』 - 앙드레 지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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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자』1902 『좁은 문』1909 『전원교향곡』1919

세 작품 모두 성경, 특히 신약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기독교 지식 위에서 반기독교적 깨우침 내지는 인본주의적 계몽을 외치는 소설들이다.

현재 시점에서 읽기엔 분명 반기독교적 성격이 강한 소설들이다. 성경적 지침의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 오만을 소설 속 인물들의 자학으로 보여준다.

이 진득하고 단단한 세편을 한 권에 몰아넣은 출판사의 과잉에 박수를 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숨이 턱 막힌다.

『좁은 문』의 알리사는 사촌지간인 제롬과의 사랑을 신앙의 방해물로 여기고 그와의 결혼을 거부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랑을 연료 삼아서 신앙이 타오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괴로움을 천국의 좁은 문을 향하는 사람들만이 겪는...

이런 알리사의 기행을 기독교 신비주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자해를 통해 예수와 가까워지고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신앙을 수양한다는 그 짓(?)과 비슷할 뿐이다.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억제하는 기독교적 신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히는데, 이 답답한 처사는 제롬과 알리사 사이의 편지와 대화, 소설 대 독자의 관계를 통해 변증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전원교향곡』 가족과의 의논없이 거두어 들인 맹인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목사의 이야기다. 맹목적인 선행과 현실. 선행으로 포장하는 어긋난 욕망.

일기 형식의 독백과도 같은 소설인데, 목사의 그 깊은 자기 기만적인 성경해석과 신앙의 변용이 잘 드러나 있다. 소녀와 사랑에 빠진 목사의 아들 자크가 가톨릭 신부가 된다는 결말이란...

『배덕자』 부유하고 똑똑한 미셸은 마르슬린과 결혼 후 각지를 여행하며 미소년들에게 매료되고, 상속받은 농장에 돌아와서도 그의 눈에 각인되는 것은 부부의 미래가 아닌 사람들, 미남 호남 잘생긴 남자들이다. 지드의 동성애 성향이 미셸의 취향으로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도 여성인 마르슬린(부인)이 죽는다.

부인이 죽기까지의 이야기를 친구 셋을 불러 들려주는데, 이는 망한 욥을 위로하려 찾아온 세 친구들의 이야기를 변주한 것이다.


초대와 자발적 방문이라는 차이점은 침묵하는 신의 수동성에 대한 작가의 우회적 풍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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