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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24. 2018

161 『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 - 스즈키 다이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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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루는 조건의 굴레와 집착에서 벗어나 삶 자체를 포옹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p9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통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고통이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경험이 얼마나 잔혹하고 괴로운지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고차뇌기능장애 당사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사실 몸에 무리가 와서 삶의 짐을 약간 덜어낸 일본인의 '약간 느긋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p86 - 나를 정신병사 보듯 묘한 눈길로 흘깃거리며 지나간다. 후후후, 너희 '어른들'의 건전하고 정상적인 뇌로는 즐거움과 호기심이 넘치는 이 세상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어. 만세! 선택받은 초등학생의 뇌!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후유증으로 고차뇌기능장애를 겪는 재활기다. 예민하고 빡빡했던 자신의 지난 생활과 한심해 보일 정도로 느긋한 아내를 괴롭혔던 몰이해를 반성하며 스스로 교정해 나간다.

p115 -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도 무언가에 쫓겨 초조할 때처럼 가슴 가득 감정이 차올라 호흡이 얕고 빠르게 이어지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략)
이불 속에 누워, 침대에 앉아 실로 태평하게 어두운 구석에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에 끊임없이 저주를 퍼부었다.

p138 -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아내의 능력' 덕분에 나는 나는 몇 번이나 구원을 받았는지 모른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의 저작물은 모두 스즈키 다이스케와 스즈키 치나쓰의 합작품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저자의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만인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도 없겠거니와 갑자기 삶을 긍정하려는 저자의 태도 변화가 종종 우격다짐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 빌어먹을 삶은 어쨌든 계속될테니까

뇌경색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옹할 수 있도록 숨을 한번 들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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