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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62 『물류창고』 - 이수명

문학과지성 시인선


⭐⭐⭐⚡
「물류창고」라는 제목의 시가 열편이었던가

물류창고라는 공간에서 여러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수많은 시편의 제목들이 일상의 세계, 세계의 표면을 반사한다. 세계의 표면을 통해서 여러 갈래로 반사된 빛들은 시인의 언어다.

사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시집의 무려 마흔 다섯 페이지가 문학평론가의 해설로 채워져있다.

나처럼 나약하고 얕은 독자는 「'끝없는 끝'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제목의 해설을 당연히 읽어야겠지만, 얄밉고 고집스런 독자이기 때문에 해설을 통해야만 침투할 수 있는 시는 시인들이(시인들끼리나) 읽는 시라는 생각을 한다.

p13 - 「밤이 날마다 찾아와」
하던 일을 멈추고
계속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밤이다.

p23 - 「물류창고」
힐링을 잘 하도록 비켜주었는데 두 사람이
힐링을 너무 오래 해서 성미는 두 사람을 
결국 이해하고 힐링을 이해하고
힐링 주변을 계속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성미가 감동
의 눈물을
터뜨렸을 대 두 사람 중 뚱뚱한 사람이 
덕분에 자신도 힐링되었다며 성미의 손을 잡고

p38 - 「아무도 태어나지 않은 해였다」
이렇게 육체를 모두 밀어 넣은
미친 잠에서 꺼낼 수가 없어 보였다.
차가운 빗속으로

p72 - 「티베트여서 그래」
밤이 와서 그래
밤이 오면 너의 얼굴이 생기고
턱이 생기지
알아볼 수 있다.
너를 바라보는 밤의 눈
바라볼 수 있다.

p93 -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여기서부터 소멸입니다
그가 숨쉬는 자리가 보이지 않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기나긴 해설이 발목을 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에서 반사된 여러 갈래의 수많은 세계가 따갑지만 눈부시다.

결국엔 그렇다.

시인의 시낭송을 유튜브에서 보고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인은 시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건 또 다른 언어가 되는것만 같았다.

시는 보는 글이 아닌 읽는 글이고 열개나 되는 물류창고만큼이나 열어보면 다른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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