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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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라는 제목의 시가 열편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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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라는 공간에서 여러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수많은 시편의 제목들이 일상의 세계, 세계의 표면을 반사한다. 세계의 표면을 통해서 여러 갈래로 반사된 빛들은 시인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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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시집의 무려 마흔 다섯 페이지가 문학평론가의 해설로 채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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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나약하고 얕은 독자는 「'끝없는 끝'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제목의 해설을 당연히 읽어야겠지만, 얄밉고 고집스런 독자이기 때문에 해설을 통해야만 침투할 수 있는 시는 시인들이(시인들끼리나) 읽는 시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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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 「밤이 날마다 찾아와」
하던 일을 멈추고
계속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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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 「물류창고」
힐링을 잘 하도록 비켜주었는데 두 사람이
힐링을 너무 오래 해서 성미는 두 사람을
결국 이해하고 힐링을 이해하고
힐링 주변을 계속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성미가 감동
의 눈물을
터뜨렸을 대 두 사람 중 뚱뚱한 사람이
덕분에 자신도 힐링되었다며 성미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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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 「아무도 태어나지 않은 해였다」
이렇게 육체를 모두 밀어 넣은
미친 잠에서 꺼낼 수가 없어 보였다.
차가운 빗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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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2 - 「티베트여서 그래」
밤이 와서 그래
밤이 오면 너의 얼굴이 생기고
턱이 생기지
알아볼 수 있다.
너를 바라보는 밤의 눈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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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3 -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여기서부터 소멸입니다
그가 숨쉬는 자리가 보이지 않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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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해설이 발목을 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에서 반사된 여러 갈래의 수많은 세계가 따갑지만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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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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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낭송을 유튜브에서 보고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인은 시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그건 또 다른 언어가 되는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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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보는 글이 아닌 읽는 글이고 열개나 되는 물류창고만큼이나 열어보면 다른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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