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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63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문학동네 한국문학


⭐⭐⭐⭐⚡

p205 「고백」
자기 얼굴을 보기 싫었다는 주나의 그 말에 무너진 마음의 조각조각들이 날카롭게 일어섰다.

무섭게 파고든다.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읽는 동안 이어폰에서 흘러드는 흥겨운 음악과 팔을 끈적이는 옆좌석 아저씨의 꿈틀거림에도 불구하고 먹먹해지는 감정을 추스리느라 천장을 몇번이고 바라보며 눈을 꿈뻑거렸다. #아저씨유해한사람

p282 「아치디에서」
착하게 말고 자유롭게 살아, 언니.

p197 「고백」
진희는 왼쪽 가슴에 오른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안에 있는 것들이 쏟아지지 않게 막아내야 하는 것처럼.

파르르 떨리는 감정. 말로 다 하지 못했던 막연하게 지나온 시간들을 저자의 문장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아무데서나 터트리지 않고 지나왔던 그런 감정들, 순간들.

이제야 발견하게 되는 지난 날의 상처들. 너의 잔인함을 기억하면서 나의 잔인함은 외면했던 건 과연 순수해서였을까. 그럼에도 잠깐 돌아가서 다시 만끽하고 조금 조심하고 그것만 조금 바꿀 수 있다면...

p97 「지나가는 밤」
백원짜리 쌍쌍바는 늘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작가와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 84년 � 쥐띠의 운명이란... 그렇다.

쌍쌍바와 천리안, 캔모아, 학생인권이 고개드는 시점에 더 광광했던 손버릇 나쁜 교사들과 maru라는 한때 유명했던 브랜드까지. 상처가 생겼던 바로 그 시간의 날씨와 분위기까지 피부에 밀착된다.

무섭게 파고드는 이 소설들을 끌어안게 된다.

이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쁨이라든지 펑펑 울었다든지 경이로운 감성의 작가라든지 하는 찬사에 맞서(?)는 표현을 찾고 싶게 만든다.

아! 
광명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동굴도 이케아도 아니요, 최은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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