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TV와 몽둥이

by 달리는 느림보

나는 그날 이후로 아버지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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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잘 안 쓰는 TV가 있었다. 2층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책상을 갖다 두고 공부방처럼 활용하려고 했었지만, 여름엔 너무 더웠고 겨울엔 너무 추웠다.


잘 쓰지도 않는 방을 위해 연탄을 쓰는 것도 알뜰한 어머니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결국 2층은 거의 쓰지 않는 공간이었다.


고교시절 어느 날이었다.

(아마 고2 즈음이라고 생각된다)


여느 날처럼 누나들과 TV채널을 두고 툭탁거리다 내가 밀렸던 듯하다.


“흥 뭐 2층 가서 보면 되지”


나는 이내 TV채널 전쟁울 포기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어쨌든 공부방 형식으로 꾸며놓았으니 부모님은 2층에 가겠다고 하면 공부를 하려나 보네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나는 누나들에게 TV를 보러 2층에 가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올라간 터였다.


2층에서 신나게 보고 싶은 TV를 바닥에 누워 보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였다.

왜 화가 나셨는지도 모르겠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나는 분명히 TV를 보러 2층에 온 것이지 공부하겠다고 올라와서 TV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당장 내려와서 몽둥이 가져와”


왜 화가 나셨는지 왜 몽둥이를 가져오라는지 -물론 몽둥이의 용도를 모르겠다는 것은 아니고 내가 왜 몽둥이찜질을 당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일단은 내려와서 마당-이라기보다는 그냥 통로쯤 되는 좁은 공간이다- 구석에 굴러다니는 각목을 하나 들고 갔다.


“공부하러 가놓고 TV를 보고 있어?”


아니었다. 공부하러 간 것이 아니었다. 사실 평소에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성적이 좋은 학생도 아니었다.


누나들이 나서서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슬이 시퍼런 아버지에게 말을 걸 용기가 있는 전우는 없었다.


“엎드려!”


엎드렸다.


‘퍽’


딱 한대!


아버지는 각목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게 썩 아프지가 않았다.


아버지는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휘두르는 몽둥이는 이것보다 두 배는 더 아팠다. 하늘에 별이 보일 때도 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학교에서 몽둥이질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숙제를 안 해와도 맞고, 지각을 해도 맞고, 성적이 떨어져도 맞고, 수업시간에 졸아도 맞고, 야자시간에 떠들어도 맞았다.


잘 다듬어진 멋들어진 매를 하나씩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날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가 무섭지 않았다.’


그 모든 상황이 억울했지만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누나들이 ‘림보 무서워서 긴장한 거 봤어?’ 라며 놀렸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 뒤로 오랫동안 성묘도 벌초도 명절인사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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