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와 가스보일러

by 달리는 느림보

처음 2층 집에 이사 갔을 때 우리 집의 난방시설은 연탄보일러였다.


매년 가을이면 연탄광 가득 연탄을 채워 넣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어머니는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셨다. 가끔 자식들에게 시키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어쨌든 최종 책임자는 어머니였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말해봤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책임은 부모몫이었다. 그리고 그 몫은 지금 나와 내 아내가 지고 있고 언제가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 몫을 지겠지


연탄은 저렴하고 은근하고 따뜻했다. 연탄보일러 위에 항상 물을 끓여서 그 물로 세수도 하고 목욕도 했다. 연탄을 쓸 때는 방이 춥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방바닥에 온수호스를 다시 깔고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이제 따뜻한 물을 끓여줄 연탄보일러가 없으니 작은 욕실에는 순간온수기도 마련했다. 등유를 기름통에 넣는 날은 어머니의 잔소리가 폭발하는 날이었다. 그래도 등유 넣는 날만 그랬으니 가스보일러보다는 나았다.


어느 날이었다.


집에 가스배관 공사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이 골목길 도시가스 배관공사 예정인데 지금 가스보일러로 교체한다고 하면 도로에서 집까지 가스배관공사를 무료로 해주고 지금 교체하지 않는 다면 나중에 배관공사를 자비로 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기름보일러가 멀쩡했다. 멀쩡한 보일러를 두고 다시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기는 아까웠다. 부모님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기로 했다.


가스보일러는 매일매일 사용량이 체크된다. 그러니 잔소리도 매일매일 들려왔다. 보일러가 좋아질수록 방은 추워졌다.


보일러 온도계는 안방에 있었고 보일러를 켜면 바닥의 따뜻한 물은 1층 전체를 휘감고 돌아다녔다. 부분 난방이 없었다.


노년에 이 집에 혼자 살게 된 아버지는 아무도 쓰지 않는 방까지 난방을 해야 하는 가스값이 아까워서 한겨울에는 실내온도 11도에 전기장판을 틀고 얼굴만 내밀고 지냈다.


그때는 냉방도 난방도 단열도 되지 않는 오래된 집이 된 것이다.


보일러를 새로 놓자고 해도, 이사를 가자고 해도, 그렇다면 보일러라도 좀 틀고 살라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그 고집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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