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민족자본과 산타대논쟁 1

by 달리는 느림보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가히 국치일이라 할만합니다.”

- 1997년 12월 3일 MBC 뉴스데스크 이인용 앵커 오프닝 멘트-



아버지는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인이고 나는 당시 대학생이라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었지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 물론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려 했을 때는 굳게 닫혀버린 취업문을 바라보며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나 자신을 뼈저리게 반성했었다.


아버지와 나는 서로 본체만체하는 사이고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 한밤중에 아버지가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그래도 김대통령이(김대중 대통령을 의미한다) 상황을 빨리 수습해서 이만하길 다행이다.”


그 당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게 다 불만인 데다, 특히 아버지가 하는 말을 순순히 들을 생각이 없던 터라.....


“실업자가 넘쳐나고 국내 쓸만한 회사는 다 외국자본에 헐값으로 넘어가는 게 이게 잘 대처하는 거예요?”


전쟁이 시작됐다.


나는 아버지에게 핏대를 세우면서 나만의 주장을 내세웠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도 안 나올 터무니없고 수준 낮은 주장을....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터졌고, 세계의 늑대들은 아시아의 먹음직스러운 나라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려가면서 철저히 잇속을 채우고 있었는데.....


나는 핏대를 세우면서 민족자본 운운하다가 급기야는 구한말 국채보상운동까지 들먹이며 머리에 있는 정보들을 꺼내서 아버지를 공격했지만 아버지는 웃음기 있는 얼굴로 여유 있게 나를 받아쳤다.


그 모습이 더 약 올랐다.


새벽 3~4시까지 설전은 이어졌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즈음 아버지는 그만하고 자자고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나는 왜 그렇게 아버지에게 화가 났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씩씩 대며 내방으로 들어갔다.



2021년 12월 어느 날


나는 초등2학년인 아들에게 산타할아버지에게 미리 받고 싶은 선물을 말씀드려야 산타할아버지도 준비할 수 있을 테니 생각해 보고 말해달라고 했다.


아들은 알았다고 하면서도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말할 기미가 없었다.


“아들, 왜 무슨 선물 받고 싶은지 말 안 해줘?”


아들은 계속 대답을 피하더니 내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빠 저는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이번에 확인해 볼 거예요.”

“뭘 어떻게 확인할 건데?”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생각은 했지만 아빠한테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도대체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게 어떻게 산타할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된다는 거야?”


“아빠 잘 들어보세요. ‘울면 안 돼’라는 노래에는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라는 가사가 있잖아요? 그럼 내가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도 알고 계실 거 아니에요?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다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주시겠죠.”


이야~ 이거 난감했다. 아들에게 선물을 주긴 해야 하는데 받고 싶은 것을 정확히 예측까지 해야 하는 거의 미션 임파서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어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