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아들의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 없다로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다.
아들은 이번 기회에 산타할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 꼭 확인해 보겠다는 기세다.
물러서지 않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아들, 산타할아버지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 선물을 준비하셔야 하잖아. 그래서 우리가 미리미리 알려드리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준비하기 편하시지 않겠어?”
상대방을 배려하자는 취지로 달래 보았다.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미리 알려주면 편하고 안 알려주면 불편해요? 어차피 알고 계신데? “
막혔다.
“아들 말처럼 만약에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면? 그럼 선물 못 받는 건데 그래도 괜찮아?”
선물에 대한 욕심을 자극해서 회유해 보았다.
“아빠, 만약에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면 그동안 아빠가 선물을 사준게 되는데 그럼 아빠가 선물을 사주시겠죠. 저는 어차피 선물을 받을 거예요. 며칠 늦어질 뿐이에요.”
안 통했다.
“아들 만약에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바쁘셔서 미리 말 못 한 친구들을 못 챙겨주시면 어떡해? “
불안감으로 자극해 보았다.
“늦게라도 주시겠죠?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데 빠트릴 리가 없어요.”
아 완벽하다.
아들과 공방을 주고받으며 나의 오래전 아버지와 대화가 떠올랐다.
아니다. 아들의 주장(가설)-이유-증거-반론-결론에 이르는 아름다운 논리구조는 내 대학시절보다 더 나아 보였다.
나는 껄껄껄 웃으며
“그래 아들 말대로 기다려보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이 내용으로 그날 밤 일기를 썼다. 제목은 ‘산타대논쟁’
아버지는 바득바득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나를 보며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새벽이 다 되도록 나를 자극해서 말을 뱉어내게 만드신 걸까?
이제는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그런 걸로 해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