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졸업은 해야지

by 달리는 느림보

대학 3학년 겨울이었다.


나는 세상에 나갈 아무 준비도 없는 채 곧 4학년이 될 상황이었다. 세상은 달라졌다. IMF의 여파로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급격하게 줄였고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대로 졸업하는 것은 너무 대책 없는 행동 같았다. 그 무렵 학교를 휴학하고 본인이 가야 할 길에 맞는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도 자연스럽게 학교를 1년 휴학하고 뭘 어떻게 할지 결정한 후에 그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학교를 1년 휴학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별 대꾸 없어 알겠다고 말하셨다.


그러나 그날부터 애매한 상황이 무한반복 되었다.


아버지는 나와 스쳐 지나갈 때마다 혼잣말을 하셨다.


‘그래도 졸업을 해야 할 건데......’


아버지는 토씨하나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문장을 등뒤에서 되뇌었다.


나는 처음에는 못 들은 척 넘어갔지만 이게 반복이 되니 결국에는 못 참고 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아버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예요? 졸업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고 1년 휴학하고 복학해서 졸업하겠다는 건데....”


“그냥 휴학 안 하고 졸업해도 되잖아?”


“무작정 졸업하면 뭐해요? ”


“느림보가 취직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지원해 줄 테니 그냥 졸업을 해. “


아버지는 어딘가에서 무슨 소리를 들으셨나 보다. 아마도 휴학하겠다고 해놓고 다른 일을 하겠다며 복학하지 않은 어떤 이야기.....


결국 나는 아버지 뜻대로 휴학하지 않고 4학년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했고, 오랜 기간의 백수생활을 거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의 백수생활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절대 아무런 대책 없는 상황에 나를 두지 말 것!!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교훈을 잘 지키고 살고 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