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문서를 들고 가 아버지집을 팔아버린 아들 3

by 달리는 느림보

아버지는 마땅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됐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말이 나왔다.

이제부터는 속도전이다.


나는 바로 원룸업자에게 전화를 해서 그 가격으로 계약하자고 했다.

그쪽도 매수대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 듯했다.


이틀 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도저히 물릴 수 없게 확실히 못을 박아야 했다.


그다음 날 회사일을 뒤로하고 새로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마침 적당한 물건이 적당한 가격에 있었다.

이미 내친걸음이었다.

나는 재빨리 작은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리고 매각대금과 매수대금과 도배장판, 이사비 등 계산도 다 마치고 득의만만한 얼굴로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아버지가 나를 불러 이사를 가지 않고 싶다고 했다.


40년을 봐온 아버지를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지만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양쪽 위약금이 0천만 원이 넘어요. 그래도 다 취소해요?"


아버지는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성격이 그렇게 급하냐, 어쩔 수 없지...."


나는 겉으로는 몹시 죄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뭔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짜릿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가스, 전기, TV 등 자잘한 일을 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다른 식구들이 두고 간 짐을 몽땅 내다 버리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가지고 갈 이삿짐은 이사트럭의 절반도 못 채웠다.

이삿짐 사장님은 돈을 다 받는 게 미안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문제는 폐기물 사장님이었다.

(이어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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