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문서를 들고 가 아버지집을 팔아버린 아들 4

사람이 하는 일

by 달리는 느림보

문제는 폐기물 사장님이었다.


폐기물 사장님은 미리 2층 집에 와서 견적을 내고 간 상황이었다.


"70만 원은 주셔야겠는데요."


집에 쌓여있는 물건들은 내 마음속에 큰 짐덩어리였으니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가격으로 계약을 하고 이사당일 와서 이삿짐을 빼고 난 뒤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삿짐 사장님은 역대 최고로 빨리 퇴근하겠다며 신이 나서 이사 들어갈 집으로 출발하고

폐기물 사장님이 와서 둘러보더니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거 남은 짐이 너무 많은데요..."

"저번에 견적 낼 때 보여드렸었는데요?"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했던 것일까? 폐기물 사장님은 폐기물 처리 과정을 하나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90만 원은 주셔야겠는데요"


순간 생각에 빠졌다.


"100만 원 드릴게요. 깔끔하게만 해주세요."


폐기물 사장님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2층 짐을 떠나 아파트로 이동했다.


가스, TV 연결도 하고 관리사무실에 가서 입주민 관리카드도 작성했다.

미리 해둔 도배장판도 깔끔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사를 마치고 2층 집에 들러서 짐정리가 잘 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폐기물 사장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래된 피아노를 해머로 박살내고 있었다.

피아노는 무척이나 튼튼한 모양이었다.

쉴 새 없이 해머로 두드리지만 피아노의 수많은 현들이 캥캥 소리를 내며 비명만 지르지

나무판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다.


4월의 따뜻한 봄날씨에 폐기물 사장님의 관자놀이에서 땀방울이 해머질에 맞춰 튀어 나갈 뿐이었다.


10만 원을 더 얹어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장님께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고 몸을 돌렸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사진 보내드릴게요. 마음 놓고 가셔요."


폐기물 사장님의 친절한 목소리가 내 뒤로 들려왔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끝났다. 나는 그날 밤 무척이나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웃으면서 깊은 잠에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깔끔했다.

(이어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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