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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성관 Apr 23. 2023

뮤지컬로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다

[일감, 일상의 영감] 두 번째 인터뷰, 황조교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과 해오던 일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할 때. 대개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대다 지금껏 밟아온 안정적인 길을 택한다. 그런데 여기, 뮤지컬과 사랑에 빠져 과감히 다른 길을 걷게 된 사람이 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2.8만 명의 팔로워를 얻고, 이제는 ‘뮤지컬로 하나되는 세상’을 꿈꾼다는 황조교(@hwangjogyo_musical)를 만나 보았다.


Q. 안녕하세요, 황조교님! 먼저 본격적인 인터뷰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0년 전에 뮤지컬 <렌트>를 보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 바로 뮤지컬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이후 뮤지컬 배우를 목표로 뮤지컬과에 입학하게 되었죠. 재학 중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SNS에 하나씩 업로드하는 ‘SHOW YOUR WORK’ 라는 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제를 시작으로 뮤지컬을 주제로 꾸준히 소통하다 보니 햇수로 6년이 됐더라고요. (웃음) 6년 동안 뮤지컬로 하나 되는 세상을 2.8만 명의 ‘교수님’들과 함께 꿈꾸며 콘텐츠로 소통하는 ‘뮤지컬 천재 황조교’입니다.

(벌써 6년째 하고 계셨다니!)

세어 보니 벌써 6년이 됐어요. (뮤지컬) <렌트>를 봤던 게 10년 전, 그리고 ‘황조교’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햇수로 6년, 만으로 5년이 됐더라고요. 네. 오래 됐네요. (웃음)


Q. 기존에 재학하셨던 국제통상학과에서 오롯이 뮤지컬을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공을 바꾸셨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어려움을 겪으신 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은 제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딱 처음 든 생각은, 내가 그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하지 않거나 힘들지 않았다면 오히려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반증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왜 없겠어요. 재작년에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계정을 통해 얻는 수익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공연 관련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내고, 공연 관계자분들이랑 소통하며 금전적인 계약이 오간 과정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후회가 있었어요.

‘내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 활동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레슨도 하고 축가 아르바이트도 하러 다니고, 다른 SNS 계정의 브랜딩을 도와주기도 하며 버텨온 것 같아요. 그렇게 다른 일을 해오며 책을 거의 1년 6개월 동안 썼어요.

책을 출간함과 동시에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시너지를 같이 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책 출간 이후부터는 다양한 방면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사이에 후회했던 순간은 분명히 있어요.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의심의 순간도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어쩌면 이 고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을 거치며 제 커리어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맞는 말씀이에요.)

만약 그 후회라는 감정이 단편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 일상을 잠식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지속되었다면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경우, 후회와 고민들이 일시적으로 찾아오고 극복해내며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 앞에서 제가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Q. 반대로, ‘이 길을 선택하기를 잘했다!’했던 순간들은 언제였나요?

A. 제가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활동이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뮤지컬을 통해 느꼈던 기쁨과 희열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교수님들과) 반응하고 공명할 때! 그 과정이 아직까지 저에게 너무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제가 <이프덴>이라는 작품에 푹 빠져있었는데, 너무 좋아서 계정으로 ‘주접’을 다 떨었거든요. (웃음) 이후 제가 휴가 다녀오고 나서 마지막으로 (<이프덴>을 보러) 극장에 갔었는데, 그때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주셨어요. ‘황조교님 덕분에 보러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런 말씀 해주실 때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더 나아가 제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된 만큼, 누군가의 관극에 대한 가능성을 제 한마디로 인해서 차단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모든 작품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는 없지만, 제가 <렌트>를 보고 인생이 바뀐 것처럼 누군가에겐 어떤 작품이 큰 변화를 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길은 터주되 가로막는 영향을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콘텐츠를 기획할 때도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자신의 이야기나 감상의 이야기는 좀 줄인다든지.)

오히려 반대예요! 저만의 이야기가 더 들어가야 많은 분들이 더 그 개인적인 상황에 공감을 해 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얘기해야 사람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물어보면서 소통이 가능하잖아요. 사실 공연 정보만을 전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지만 정보를 기반한 내 의견이 가미될 때, 거기서 다양한 의견 교류가 일어나며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정보만을 전달하는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라는 고유함을 지니기 위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일수록 오히려 많은 분들께 어필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는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부생들과 취준생들이 많은데요,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특히 이와 유사한 고민들을 겪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동시에 이뤄낸 직업을 ‘덕업일치’라고 하잖아요. 덕업일치의 단점은 제가 서서 바라보는 시선과 거리감이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멀어져 있는 상태에서 바라보고 공연을 좋아하게 되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자발적인 행동이잖아요. 타인의 강제에 의해서 주입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이제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이걸 업으로 삼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을 들을 때가 있어요. 한번 이 상황을 겪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새 프레임이 씌워지게 되는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의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정말 최고죠.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좋아’했던’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에는 제가 그런 매너리즘에 많이 빠졌어요. 내가 좋아하던 공연예술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점점 이면의 것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나는 여기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지, 고민하다가 제 나름대로 공연과 거리를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씩은 아예 뮤지컬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히려 더 좋아지더라고요! 좋았던 감정들이 더 소중해지고, 새로워진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보니 또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많고요.

종합적으로 살펴 보았을 때, ‘덕업일치’ 라는 말이 마냥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고민해보고 내가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남는거고요. 내가 (덕업일치를) 못하면 후회할 수 있겠다 싶다면 시도해보고 후회해야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환경이나 학업 때문에 계속 도전해야 할지 다른 방향을 생각해야 할지, 이런 고민을 할 때가 많잖아요. 근데 이건 진짜 객관적으로 내가 과연 이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가 정말 환경 때문인지, 혹은 자신의 부족함을 회피하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워요. 그런데 어쨌든 그만큼 고민한 흔적들의 결과가 있다면 그 고민의 과정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겠어요. 그 고민만으로 내릴 수 있는 선택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선택을 하고 후회하더라도 미련이 남을 것 같다 싶으면 해보는 거죠.


Q. 뮤지컬이 전부인 사람으로서, 뮤지컬이 매력적인 이유 세 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첫 번째는 다들 극장에 한번이라도 가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극장은 관객들이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함께하는 공간이잖아요. 정말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공연이 진행되는 그 시간이 어느 때보다 ‘나’라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에 흐르는 음악에는 맥락과 스토리가 녹아있잖아요. 뮤지컬을 보다보면 배우들의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그에 맞추어 노래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 배우의 심장 박동과 내 심장 박동이 동기화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은 내가 그 작품과 함께 공명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두 번째는 그런 거 있죠. ‘회전문을 돈다.’ 똑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분들을 회전문을 돈다, 라고 말을 하잖아요. 최근에 이 말의 뜻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데, 혹시 ‘데자뷰’라는 말 아세요?

(뭔가 익숙하게 봤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뜻 아닌가요?)

그쵸. 낯선 공간에서 왜인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는 거예요. 그런데 그 반대로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걸 ‘뷰자데’라고 해요. 그 말은 즉슨 우리는 똑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본다 해도, 그날 공연장의 온도와 습도, 배우의 컨디션, 그리고 내가 그 순간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날의 분위기가 되거든요. 그 분위기가 온전히 매번 다르게 전달되는 거예요. 내용은 동일해도 내가 놓쳤던 디테일, 관념을 가지고 있던 부분 등을 여러 번 관람하면서 빗장이 풀리고 해소될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지점들이 공연예술이 지닌 가장 큰 가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이켜 보니 내가 좀 변화해 있다’라는 것이 뭔가 예술 그리고 공연예술, 뮤지컬의 매력인 것 같아요. 또 그런 부분에서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항상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이라고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는 필터링을 거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 것 같아요. 내가 뭔가 드러내고 싶은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달까요. 고도의 사회화가 되도록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든 남들이 전혀 알 턱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할 때만큼은 침전되어 있던 내 감정들이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이후 극장을 나서면 뭔가 해소된 것 같이 개운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평소에 숨겨온 감정의 동요를 공연을 통해서 해소하게 되는 부분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Q.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목적과 집필 전 떠올랐던 영감은 무엇인가요?

A. 출판사에서 먼저 제의를 받게 되었어요. (출판사에서) 예술 장르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인문서를 제작하는데 제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사실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계약 상 10개월만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10개월이요?)

저는 그게 가능할 줄 알았어요. 근데 쓰다보니 ‘이거 해지하려면 어떻게 하지’, ‘위약금은 얼마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큰 과업이 되었어요. (웃음) 저는 이 책이 뮤지컬을 모르시는 분들께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즐길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주길 바랬어요. 두 번째는 우리가 사실 극장에서만 뮤지컬을 즐기는 게 아니거든요.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뮤지컬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노트북만 봐도 저는 ‘이프덴’ 이 생각나요. (웃음) 왜냐하면 그 주인공이 맥북을 하고 있다가 남자 주인공을 만나요. 이런 일상에서도 저희는 뮤지컬을 자연스레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이렇게 일상에서, 그 모든 당연한 과정들에서 떠올릴 수 있는 예술의 단상을 놓치기 쉽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공연을 보러 간다고 하면, 배우가 가창하는 노래와 연기 뿐만 아니라 볼 게 정말 많잖아요. 무대 의상,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기호와 상징, (극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극장의 공기와 오케스트라.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가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예술의 일부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드리고 싶었어요. 지금껏 제가 공연을 봐 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아 공유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관람 이후 공연이 나에게 어떤 일상 속 변화를 불러 일으키게 되었는지, 제가 느꼈던 것들을 책에 많이 담아내었어요.


Q. 황조교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계정은 온라인 속 세계이기 때문에, 제가 존재하는 오프라인과 연결된 지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몇 년 동안 명절에 친척들을 못 만났어요. 친척들은 제가 배우를 준비하기 위해서 하던 것을 그만두고 다른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친척들도 제 근황을 궁금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간사한 것이 (웃음) 책이 나오고 나서 제가 저를 소개할 만한 사유가 생기니 조금씩 만나뵙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친척 분들을 많이 뵈었어요.

친척들이 제 책을 사서 주변 지인 분들께도 선물하셨나봐요. 너무 신기하게 그 선물 받으신 지인 분들께 뮤지컬 동호회를 하시는 지인 분들이 또 계셔서, 책을 받으시고는 ‘황조교가 조카냐, 주변에서 많이 알더라’ 하는 식으로 저를 알아봐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 인스타그램에는 2.8만 명의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화면 속에 있는 숫자에 불과하잖아요. 많은 교수님들과 댓글이나 DM 등, 소통을 통해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서 저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래도 제가 하는 이야기와 활동이 누군가에게 인상 깊게 남아있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또 더 멀리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동시에 하게 되었어요.


Q. 뮤지컬을 많이 관람하다보면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혹시 황조교님은 어떤 분위기/장르의 뮤지컬을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가장 사랑하시는 뮤지컬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 이유도 궁금해요.

A. 저는 웬만하면 다 좋게 보는 스타일이에요. 왜 그러냐면 제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서 보러 가는 게 공연이잖아요. 그러니까 ‘이 공연 별로였어.’라면서 어떻게 보면 내가 투자하는 노력을 갖다 버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 부분은 좋았어’하고 가져가는 편이거든요. 좋았던 부분은 간직하고 가져가는 편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 잘 보는 스타일인데, 그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극은 기호나 상징이 들어있는 극들인 것 같아요. 누구나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그 똑같은 고민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작품들. <이프덴> 같은 경우에도 정말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선택을 통해서 정말 무수히 다른 갈래의 길이 펼쳐질 수 있고, 내가 인생의 지도에서 헤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원하고자 하는 종착지에 도착했을 경우도 있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확률을 따져가면서 계산을 했는데 그 길 막바지에는 예상치 못한 파멸이나 아픔이 기다릴 수도 있고. 정말 그런 것들처럼 상징물을 통해 나타나기도 해요. 정말 다양한 것은 통해서 바라볼 수 있고 해석을 해볼 수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저는 어떤 한 작품을 봤을 때 너무 단편적으로 ‘우리 메세지는 이거야’라고 하는 작품보다는 조금 더 열린 결말을 주는 작품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관객과 나,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작품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클래식도 그 자체의 매력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들어도 ‘어떠한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위키드>예요. 예를 들어 내가 어릴 때 봤던 <위키드>와 성인이 되고나서 본 <위키드>, 그리고 할아버지가 됐을 때 볼 <위키드>가 정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 좋아요.


Q. 2023년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머릿속에 정말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렌트>가 제 인생극이라고 너무 많이 말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우선 <렌트>를 꼽고 싶어요. 또 기대되는 작품은 <레미제라블>이에요. 음악이 주는 힘이 가장 큰 작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2014년인가 그때 처음으로 <레미제라블>을 봤었는데, 그럼 시간이 거의 10년은 흐른 거잖아요. 10년 가까이 지났을 때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볼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Q. 추가적으로 퍼스널 브랜딩과 SNS 마케팅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현재 황조교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시며 관련 업무들을 맡고 계시잖아요. 해당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거예요. 또 두 번째로 그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키워드를 세 가지로 정리를 해보는 거예요. 브랜딩 자체가 결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될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러면 그 마케터가 해야 될 일은 그 브랜드의 핵심적인 키워드를 정리하는 거예요. 이후에 내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유행에만 따라가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되, 트렌드를 첨가할 것이냐. 이건 굉장히 다른 문제예요.

사실 퍼스널 브랜딩과 SNS 마케팅은 정말 다른 이야기예요. 퍼스널 브랜딩은 진짜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시작을 해야 되는 거고,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갖고 가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다른 문제이긴 한데, 어찌 됐든 ‘키워드’를 갖고 가야되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뮤지컬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저 나름대로의 비전이 있잖아요. 그걸 통해 ‘그래, 난 이 공간이 사람들이 뮤지컬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뮤지컬로 누구나 한 작품을 보더라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라는 것이 그 비전 안에 속해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커다란 비전이 있다는 건 둘 다 똑같은데,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이냐, 아니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냐. 이 차이인 것 같아요.


Q. 관련해서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현재 여러가지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그럴 때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려는 뉴비한테 추천하고 싶은 채널이 있을까요?

A. 일단 퍼스널 브랜딩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분 중에 하나가 @_april_lee__님이에요.  한 기업체 COO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별개로 다양한 콘텐츠에 개인의 일상을 녹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시는 분 같거든요.

내가 만약에 하고자 하는 분야가 내 커리어를 개발시키기 위한 퍼스널 브랜딩이냐, 아니면 예를 들어 북스타그램처럼 한 분야를 정해서 그를 큐레이팅하는 채널을 할 것이냐. 그 부분에서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이런 건 검색만 하면 다 나오니까 되게 다양하게 보는 게 도움이 돼요. 결국에는 이 계정들과 나는 뭘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를 분석적으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콘텐츠의 퍼스널 브랜딩에 표절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사실 운영하는 사람들은 알거든요. 이 사람이 노골적으로 나를 따라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가고 있구나. 그렇게 하다보면 고민의 흔적에서 차이가 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런스를 살펴보되 결국에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Q. 요즘 황조교님께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 있어서 원동력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A. 요즘은 비워내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종일 콘텐츠 생각을 하고, 업로드하고, 피드백 살피고, 이런 것만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지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계속해서 나아가게 되는 선순환이 아니라, 내가 그냥 계속 멈춰 있고 갇혀 있는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들었던 생각인데, 어떤 영감이 찾아오려면 무조건 ‘그 영감이 찾아올만한 여지’를 만들어줘야 돼요. 그래서 샤워할 때, 산책할 때, 생각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제게) 굉장히 많은 영감들이 찾아오거든요. 지금 제 삶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채워져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물리적인 시간 안에 그 일들을 막 끼워넣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진짜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계속해서 비워내는 작업에 몰두를 하고 있어요. 그에 대한 일환으로 첫째: pt를 받아 내 몸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고, 둘째: 공연을 보고, 셋째: 모닝페이지를 하고 있어요.

모닝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앉아서 빈 노트에다 30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 생각 없이 써내려가는 거예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써내려가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15분, 20분이 지나가고, 어느 시점이 딱 지나면 내가 해야 할 일이나 풀리지 않았던 부분이 갑자기 해소되기 시작해요.

그래서 제가 책 쓸 때나 광고 콘텐츠 의뢰를 받았는데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모닝 페이지를 항상 하거든요. 또 우리가 살면서 힘들 때가 많잖아요.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있고 일 때문에 힘들 때도 있고.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내 생각을 제3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해소가 돼요. 우리가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으면 그게 나를 잠식하기 시작해요. 그 기분에 잠식당하는 거죠. 그런데 종이에 쓰는 순간, 그 기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그 순간 내가 더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비워내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여러분들도 너무 휴대폰만 붙잡고 있지 말고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글 | 디보, 텐텐,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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