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과 우산

우리 말1: 드라마가 다시 살려낸 말

by 이무완
슈룹_포스터.jpg 드라마 <슈룹> 포스터. (출처: TvN)

최근 드라마 ‘슈룹’이 인기를 끌면서 ‘슈룹’이 무슨 말인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언뜻 들어선 다른 나라 말 같기도 하고 무슨 이름 같기도 하고 소리를 흉내 낸 말 같기도 하다. 드라마 포스터에 보면 영어로 ‘더 퀸즈 엄브렐라’(THE QUEEN’S UMBRELLA)라고 적어놨다. 그러면 ‘슈룹’은 ‘왕비가 쓰는 우산’을 일컫는 궁중말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슈룹’을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으면 없다. 다만 열린 사전인 「우리말샘」에서 ‘슈룹’은 ‘우산’의 옛말이라고 밝혀놨다. 오늘날 우리 입에 착 달라붙은 말이 ‘우산’이라서 그렇지 ‘우산’은 한자말이다. 비 ‘우’(雨)에 우산 ‘산’(傘)을 붙여 만든 말이다. ‘가람’이 ‘강’이 되고, ‘뫼’가 ‘산’이 되듯 한자말 '우산'이 토박이말 '슈룹' 자리를 가로챈 셈이다.


고려 때만 해도 ‘우산’은 ‘슈룹’이 아니였을까 짐작한다. 송나라 사신인 손목이 쓴 <계림유사>(1103)에 보면 우리 말 356개가 나온다. 그 가운데 하나가 '취립'이다. 이 책에 “(고려말로는) ‘(우)산’을 ‘취립’이라고 한다”(率曰聚岦)이라고 적은 대목이 있다. 이때 한자 ‘聚岦’을 우리는 '취립'이라고 읽지만 중국말로는 ‘슈룹’ 비슷하게 내지 않았을까. <계림유사>는 송나라 사신 손목이 고려에 와서 고려 말을 듣고 중국말로 받아 적은 것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조선 초기에도 ‘우산’은 ‘슈룹’이었다. <훈민정음해례본>(1443) ‘용자례’(用字例)를 보면 “‘슈룹’을 ‘우산’(雨傘)이라고 한다”(슈룹爲雨傘)고 했다. 그러다 조선 중기에 오면 ‘슈룹’이 사라지고 ‘우산’이 된다. <훈몽자회>(1527)를 보면, ‘率 우산 산’으로 적어서 조선 초와는 달리 ‘슈룹’을 ‘우산’이란 말을 보편으로 썼음을 알려준다.


지금 와서 ‘우산’을 ‘슈룹’으로 다시 바뀌긴 어렵겠지만, 잊었던 말 ‘슈룹’이 드라마 덕분에 다시 깨어났다.

우산과 슈룹.jpg <훈몽자회> (국립중앙도서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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