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학산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79)

by 이무완

창호초등학교 뒤편에 우뚝한 산을 가리켜 ‘오학산’이라고 한다. 다섯 오(五) 자, 두루미 학(鶴) 자를 쓴다. 산 정상은 215.7미터로 사뭇재 꼭대기다. 옛날 사뭇재에 서낭당이 있어서 사뭇재를 달리 ‘당재’라고 했고 당재가 있는 산이라고 해서 ‘당재봉’이라고도 했다 한다. 그런데 ≪동해시 지명지≫(2017) 설명은 사실과 어긋난다.


당재봉/ 오학산(五鶴山) 창호초등학교 뒤에 위치한 해발 159m의 산으로서 사뭇재의 정상이 된다. 사뭇재에 서낭당이 있었던 데에서 일명 당재라고도 했고 이 산봉우리를 당재봉으로 불렀다.(98쪽)


창호초등학교 뒤에 있는 조금 낮은 봉우리(150m)가 있긴 하지만 400여 미터 북쪽에 있는 오학산(215.7m)보다 65여 미터가 낮다. 큰 봉우리를 두고 작은 봉우리에 이름 붙이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봉우리를 오학산이라고 하진 않았을 터다. ≪조선지형도≫(1917)에는 아예 산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오학산’이란 이름이 보인다.

오학산.jpg <조선지형도>(1917)와 오늘날 지도에 보이는 '오학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오학산은 어떻게 생겨난 이름일까. 다행히 우리 땅 곳곳에 ‘○학산’이란 산이 꽤 있다. 학산으로만 쓴 데도 있지만 비학산, 유학산, 금학산, 무학산, 문학산, 별학산, 백학산, 삼학산, 사학산, 선학산, 소학산, 송학산, 수학산처럼 숱한 학산이 있다. 학산에는 대개 학이 살았다거나 산 모양이 학이 날아와 앉은 모습이라거나 하는 풍수설을 얽어 지어낸 이야기들이 많다.

학을 가리키는 배달말이 두루미다. 두루미는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룩 뚜룩 울기 때문에 소리시늉말 ‘두루’에 새를 뜻하는 ‘미’를 붙여 생겨난 이름이다. ≪월인석보≫에 ‘두루미’로, ≪훈몽자회≫에 ‘학’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땅이름에서 ‘두루’는 움직씨 ‘두르다’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두르다’는 띠나 수건, 치마 따위를 몸에 휘감다는 뜻 말고 둘레에 선을 치거나 벽 따위를 쌓는다는 뜻도 있다. 이를 땅이름에 끌어오면 산 모양이 둥그스름하거나 두루미병처럼 둥그렇게 보인다고 하면 ‘두루+뫼(미)’라고 할 만하다. 또, 산이 마을을 휘감듯 두르고 있다고 해서 두루뫼가 되기도 했다. 두루뫼가 두루미로 소리바꿈이 일어나는 일이야 아주 흔한 일이다.

동해시 지흥동에 ‘학고개’라는 데가 있다. 쟁골과 분토골 사이 야트막한 고개다. ≪동해시 지명지≫는 “고개가 학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277쪽) 붙은 이름이라고 설명을 달아놨다. 내 보기에 땅 모양을 한번도 살피지 않은, 참으로 게으른 풀이다. 그보다는 마을을 두른 듯한 산줄기에 있는 고개라서 ‘두루뫼에 있는 고개’란 뜻으로 ‘두루미고개>학고개’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

학고개.jpg

다시 본줄기로 와서 오학산은 어떻게 생겨난 말일지 더듬어 가보자. 산봉우리가 둥그스름해서 '두름+뫼'와 같은 짜임으로 이름이 생겨나서 ‘두름뫼, 두루미’로, 다시 '산'을 보태 ‘두루미산’이라고 하였고, 서낭당이 있는 산이라서 당산이라는 뜻이 겹치면서 ‘당두루미산’이나 ‘당두름산’, ‘다두름산’처럼 되지 않았을까. 이를 한자로 적으면서 ‘당’이나 ‘다’를 ‘오(五)’로, ‘두르미․두름’을 ‘학(鶴)’으로 적으면서 ‘오학산’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여기에 더 좋은 뜻을 담아서 산 이름 지으려는 마음이 보태졌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학산 (2).jpg 망상초등학교에서 본 오학산

서정주가 쓴 시에 <학>이 있다. “천 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날은다”고 시작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학을 만년을 살아가는 거북과 함께 천년을 사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다. 더욱이 학은 새해 연하장에 단골로 그리는 길조이기도 하다. 그러니 학이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나 깃든 산이라니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오학산 #당재봉 #당재 #두루미 #사문동 #동해시


배달말 한입 더

두루미병 목과 아가리는 좁고 길며, 배는 단지처럼 둥글게 부른 모양의 큰 병. 줄여서 ‘두루미’라고도 한다.

두루마리 (1)가로로 길게 이어 돌돌 둥글게 만 종이. (2) 길게 둘둘 만 물건.

두루마리구름 롤빵이나 털실을 꼬아 감은 것 같은 모양의 구름.

두루빛 어떤 모임이나 단체에서 총무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

두루이름씨 같은 종류의 모든 사물에 두루 쓰이는 명사. =보통명사.

두루춘풍 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루풍 주로 노인들이 방 안에서 추위를 막기 위하여 어깨에 둘러 입는 웃옷.

두름성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솜씨. =주변성.

두름손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또는 그런 재주. =주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운에 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