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98)
정선에 단방귀재가 있다. 문두재, 문두치라고도 한다. ≪정선읍 지명유래≫(정선읍, 2012, 186쪽)를 보면 ‘문두치(門頭峙)’를 올림말로 삼아 ‘文杜峙(문두치)’로도, ‘文斗峙(문두치)’로도 썼다.
신치에서 남면 광덕리 뒷내로 넘어가는 해발 640m의 고개다. 남면 낙동리와 정선읍 신월리 경계에 있는 재로 남면의 관문이라는 뜻에서 ‘문두치’라고 부르며, 일명 ‘단방귀재’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19세기 중엽 제작된 <조선지도(朝鮮地圖)>와 <동여도(東與圖)>, <청구도(靑邱圖)>, ≪청구요람(靑邱要覽)≫ 등 대부분의 고문헌에는 ‘文杜峙’라고 나와 있으나 ≪정선읍지(㫌善邑誌)≫와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에는 ‘文斗峙’로 나와 있다.
문두재, 문두치라는 이름 말고 ‘단방귀재’라는 이름을 얻은 사연은 이렇다.
옛날 이 고개를 넘어가던 신부가 방귀를 뀌었는데 방귀가 달았다고 하는 전설 때문에 ‘단방귀재’라고 한다. 도로가 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루어 문두재로 넘나들었는데 하루는 신혼부부가 이 고개를 넘게 되었다고 한다. 신부를 앞세우고 긴 재를 넘어가던 신랑 신부는 신혼 시절이라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뒤따르던 신랑이 잠시 소피를 보러 간 걸 모르는 신부가 방귀를 뀌고서는, “여보 내 방귀 달죠?” 하고 물었다. 마침 남편 뒤를 따라가다 신부 뒤에 따라붙은 한 젊은이는 당황한 나머지 “당신 방귀에 꿀을 탔오” 하고 대답했다는 익살스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후부터 이 고개를 ‘단방귀재’ 또는 ‘단방귀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단방귀재는 고개가 높고 가팔라서 부지런히 걸어야 한나절에 넘을 수 있다는 40리 거리의 고개다.
전해오는 옛이야기들 가운데 방귀를 이야깃거리로 삼은 것이 적지 않다. 방귀 내기, 방귀 뀌는 신부, 방귀쟁이 며느리 같은 이야기들을 들 수 있다. 단방귀재도 그런 이야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신부가 고갯길을 오르다 ‘단’ 방귀를 뀌었다고 해서 곧바로 고개 이름이 ‘단방귀재’가 되었을 리는 없다. 아마도 앞서 ‘단방귀’와 비슷한 땅이름이 있고, 뒷사람들이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보아야 자연스럽다.
단방귀재 고갯마루는 640미터로 산 높고 골 깊은 정선 땅에선 고개 치고는 높은 축에 끼지도 못한다. 하지만 정선읍에서 남면으로 가자면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도 넘을 수밖에 없다. ‘아이고’ 하는 소리가 절로 입술 사이로 새는 된비알길이다. 이마를 땅에 박고 발가락 끝에 힘을 딱 주고 올라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내 보기에 단방귀재는 ‘된방구재’가 소리바꿈한 고개 이름으로 보인다. 된길, 된비알, 된여울 따위 말에서 보듯 ‘된’은 ‘몹시 힘들다, 매우 거칠다, 아주 퍽퍽하다’ 따위 뜻이 있다. ‘방구’는 ‘바위’로 볼 수 있다. 지역말로 바위를 ′방구’라고 했다. 그런데 ‘방귀’를 가리키는 말도 ‘방ː구’다 보니 ‘방귀’로 시나브로 뜻바꿈이 일어나면서 ‘단방귀’로 소리바꿈한 셈이다. 물론 똑같은 소리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바위’는 앞 소리마디를 세게 소리내는 까닭에 [′방구]가 되지만, ‘방귀’를 뜻할 때는 ‘방’을 길게 소리내기 때문에 [방ː구]로 소리낸다. 두 소리가 어슷한 까닭에 ‘바위=방구=방귀’와 같은 말장난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간추리면, ‘단방귀재’는 ‘바위가 많고 된비알인 고개’라고 하겠다. 요즘 말로 치면 ‘된바위재’쯤 되려나.
그렇다면 ‘문두재’는 뭐람. 아마도 정선읍 신월리에서 남면 낙동리로 넘어가는 문턱, 그러니까 ‘문머리’ 같은 고개라서 ‘문머리재’라고 하지 않았을까. ≪정선 남면 지명유래≫(남면, 2011, 204쪽)를 보자.
집의 문처럼 마을 입구에 있는 고개를 뜻한다. 남면 낙동리와 정선읍 신월리 경계에 있는 재로 남면의 관문이라는 뜻에서 ‘문두치’라고 부르며, 일명 ‘단방귀재’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정선 남면 지명유래≫를 그대로 따른다면 애초 ‘문머리재’라고 했고 ‘문두재’를 거쳐 ‘문두치’로 바뀐 셈이다. 조금 다른 생각도 있을 수 있는데, 옛말에 ‘믠머리(대머리), 믠비단, 믠산’ 같은 말이 있다. 앞말인 ‘믠’은 ‘믜다’의 매김씨가 앞가지로 바뀐 말마디다. 이때 ‘믠-’은 ‘머리털이 빠지다, 꾸밈이 없다, 아무것도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고갯마루가 민둥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민머리재’라고 하다가 ‘문머리재’로 바뀐 다음 ‘문두재, 문두치’로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방귀 조재삼(1808~1866)이 쓴 ≪송남잡지≫에서 "진(陳)나라에서 사람을 보내 수나라에 방문케 하였는데 수나라에서 후백(侯伯)으로 하여금 손님을 맞게 했다. 손님은 후백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여기고 곁에 누워 방귀를 뀌었다. 지금의 똥 냄새 나는 기체를 내뿜는 것을 ‘방귀(放氣)’라 하는 말은 여기서 유래됐다."고 썼다.
개방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하찮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시들방귀 시들한 사물을 하찮게 여겨 이르는 말.
입방귀 입으로 나오는 숨을 막았다가 갑자기 터뜨리면서 피피 불어 내는 소리.
잔방귀 조금씩 자주 뀌는 방귀.
잦은방귀 잇따라 자주 뀌는 방귀.
줄방귀 잇따라 뀌는 방귀.
콧방귀 코로 나오는 숨을 막았다가 갑자기 터뜨리면서 불어 내는 소리.
헛방귀 소리나 냄새가 거의 없이 뀌는 방귀.
부엉이방귀 배달말 사전에는 없는 말. 동해, 삼척을 비롯한 영동 지역말로 ‘부엉이방구’라고 한다. 소나무 가지나 줄기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옹두리’를 가리킨다.
※ 맨 위에 든 그림은 ≪방귀쟁이 며느리≫(신세정 글, 그림, 사계절, 2008)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