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23)
딴눈, 딴속, 딴말, 딴짓, 딴청, 딴흙……. ‘딴’은 “아무런 관계가 없이 다른”이란 뜻을 보태는 매김씨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딴봉’은 뭘까?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에 ‘딴봉’이 있다. ≪정선 북평면 지명유래≫(북평면, 2007, 157쪽)엔 이렇게 말해 놓았다.
새물출이 서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다. 오두재에서 민둥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솟은 봉우리라고 해서 ‘딴봉’이라고 한다. 옛날 남평리 도씨 집안에서 난 장사가 죽자 남평리 나루 북쪽에 있는 용바우 아래에서 용마가 나와 주인이 죽은 줄 알고 민둥산에 올라가 울면서 뒹굴다가 이 산에서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 여기에 나오는 ‘민둥산’은 정선군 남면 증산리에 있는, 억새밭으로 이름난 ‘민둥산’(1119m)하고는 다른 산으로, <조선지형도>나 오늘날 지도에는 ‘민둔산(民屯山, 978.8m)’으로 나온다.)
우리 조상들이 산도 강도 불도 이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산줄기, 강줄기, 냇줄기, 불줄기라는 말이 매우 자연스럽다. 산줄기는 말 그대로 잇대어 뻗어 길게 나가는 산의 갈래를 말한다. 산줄기엔 높은 산만 길게 이어진 게 아니라 산도 들도 아닌, 야트막한 언덕이나 나지막히 엎드린 등성이조차도 이어진 것으로 본다. 조선 후기에 나온 ≪여지도서≫는 각 고을에 이르는 산줄기를 가리켜 ‘산맥’이라고 했다. ≪대동여지도≫는 산줄기를 이어서 선으로 나타냈다. 산과 산이 떨어져 있어도 홀로 된 산으로 보지 않고 이어지는 산줄기로 그리고 그 사이로 물줄기를 그림자처럼 그려 넣었다. 마치 백두산을 뿌리로 삼고 백두대간을 큰 줄기로, 거기서 열세 줄기가 갈라져나오고 가지마다 다시 잔가지가 난 나무와도 같다. 산줄기를 따라 맥이 흐른다는 풍수지리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산줄기에 이어지지 않고 슬그머니 빠져 툭 불거져 나온 듯 외따로 보이는 산이 가끔 있다. 대개 야트막한 동산이거나 언덕일 때가 많다. 이런 산을 가리켜 ‘날뫼(비산), 딴산, 딴뫼, 딴미, 독뫼(독산), 동메, 똥뫼, 외뫼(고산), 홑뫼, 손뫼(객산), 부래산’이라고 했다. ‘부래산(浮來山)’은 본디 산줄기와 떨어져 ‘떠내려온 산’임을 빗대어 나타낸다.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 있는 고산(孤山, 98m)도 모랫벌 가운데 홀로 솟은 바위산으로, 봉의산에서 떨어져 나왔다 하여 ‘봉리대’, ‘떠내려온 산’이라는 별명이 있다. 신매리 중심 마을 이름이 ‘오미’다. 한자로는 오미(梧美), 오매(吾梅), 오무(五舞)라고 쓰는데 ‘외뫼/외메’에서 말미암은 땅이름이라고 하겠다. 또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도 ‘외딴 산’에서 생겨난 땅이름이다.
이처럼 ‘딴봉’은 산줄기에서 갈라져 나와 홀로 솟은 듯 보이는 봉우리를 말한다. 딴눈, 딴짓처럼, 흐름과 맥을 벗어나 홀로 동떨어 있다는 뜻이 이름에 그대로 배였다. 산을 이어진 줄기로 보던 옛사람들 눈에 이런 봉우리가 한결 도드라져 보였으리라.
딴가마 불길이 방고래에 들어가지 아니하게 딴 데 걸어 놓고 쓰는 가마.
딴눈 다른 곳을 보는 눈.
딴마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마음.≒객심, 딴속, 외심, 타지.
딴말 주어진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딴소리.
딴살림 본래 살던 집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사는 살림.
딴생각 미리 정해진 것에 어긋나는 생각.
딴속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마음.=딴마음.
딴전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딴청.
딴짓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함. 또는 그런 행동.
딴채 본채와 별도로 지은 집.≒별동, 별채, 별챗집.
딴청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딴전.
딴판 전혀 다른 모습이나 태도
딴죽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을 아주 몰라라 하고 딴전을 부릴 때를 빗대어 가리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