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49)
[일러두기] ‘붇’처럼 붉고 굵은 글씨로 쓴 글자는 홀소리를 아래아(•)로 썼음을 나타냅니다.
‘북실(北實)’이라고 하면 동서남북할 때 ‘북(北)’이나 두둥둥 두드리는 악기 ‘북’을 떠올리기 쉽다. 그래서 한자 땅이름으로 바뀔 때는 북곡(北谷)이나 후곡(後谷), 쇠북 종(鍾) 자를 쓴 종곡(鍾谷)으로 나타난다. 더러 ‘붉실’로 보아 붉은 적(赤) 자를 넣어 적곡(赤谷)으로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선군 정선읍 북실리의 북실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 땅이름일까.
먼저 정선군청 땅이름 유래를 보면 이렇다.
북실(北實)리는 옛날에 죽실(竹實)이라고도 했는데 이는 정선읍 뒤 비봉산(飛鳳山)이 봉황새 형국이어서 봉황은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 해서 봉황새가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모습 같다 해서 <죽실>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이곳은 농경지가 북쪽으로 향하였으나 농사가 잘 된다고 하며 북실로 개칭하였다고도 한다.(https://tinyurl.com/2y8m2tp8)
풍수지리 영향으로 봉황새와 죽실(대나무 열매)을 엮을 수 있어도 ‘죽실’이 ‘북실’로 된 까닭은 설명할 길이 없다. 뒤따르는 설명처럼 억지스럽긴 하지만 북쪽으로 느릿하고 펀펀한 산마루를 따라 밭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면 북실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선읍 땅이름유래≫(정선읍, 2012, 104쪽) 설명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북실 마을 지세가 북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서 생긴 것이라고 하나 ‘북실’은 ‘큰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는 뜻이다. ‘북’은 ‘산’의 옛말 ‘붇’이 ‘붇’으로 변해 나온 말이고 ‘실’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북실’을 한자로 쓸 때 ‘북’을 음대로 쉬운 한자로 써서 ‘북실(北實)’이 되었다.
북실 마을 앉음새로 보면 동으로 기우산과 발봉(조양산), 서로는 멀구치와 병방치, 남으로는 감투봉과 하너미, 너툰이재 같은 산들이 둘러 싼 곳이다. ≪정선읍 땅이름 유래≫ 설명대로라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니 누가 봐도 ‘산마을’이다. 이에, 북실의 ‘북’은 산을 뜻하는 ‘붇’과 마을을 뜻하는 ‘실’이 모여 ‘붇실’이 되고, ‘북실’로 되었으리라 본다. 북실리는 ≪여지도서≫(1757~1765)에 감출 포 자를 써서 북실리를 ‘북포동(北宲洞)’이라고도 했다. 북실이 ‘북쪽 마을’이기보다 ‘산으로 가려진 마을’이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화암면에 ‘북동리’가 있다. ≪정선을 담다≫(정선교육지원청, 2024)엔 “화암면 북쪽에 있는 북동리는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북실’이라고 했으며, 훗날 ‘북동’으로 불리게 되었다”(98쪽)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지 톺아볼 여지가 있다. 이와 비슷한 보기는 정선 곳곳에서 나타난다. 여량면의 북바우, 정선읍의 북재, 북평면의 북지골 들이 그렇다. 이들 땅이름에서 ‘북’은 방향이나 악기가 아니라 ‘산’을 뜻하는 옛말 ‘붇’에서 나왔다고 볼 때 한결 자연스럽고 설명이 매끄럽다.
우리 말은 닫힌 소리에서 열린 소리로 바뀌어왔다. 산을 뜻하는 ‘불’, ‘부리’의 뿌리말은 ‘바ᆞ갇(붇·받)’이다. 자연스런 귀결로 ‘붇실’, ‘붇바우’, ‘붇재’, ‘붇안골’, ‘붇골’ 같은 땅이름이 먼저 생겨나 ‘북실’, ‘북바우’, ‘북재’, ‘불당골’, ‘붓골’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북실의 ‘북’은 동서남북의 북도, 두드리는 북도 아니다. 산을 가리키는 옛말 ‘붇’이 오늘날까지 남은 흔적이다. 땅이름을 풀이할 때는 전해 오는 옛이야기 하나에 기대기보다 말이나 소리 바꿈, 땅 생김새를 두루 살펴 어떤 해석이 더 자연스럽고 더 마음을 흔드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모든 땅이름은 우리네가 살아온 흔적일 수밖에 없다. 정선은 마음으로나 자연으로나 바깥과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땅이름도 자연을 그대로 닮아 느긋하면서도 정직하다.
[북바우]
되골 입구 동쪽에 있던 마을이다. 새판금이골 입구 여량~임계간 국도 변에 있던 마을로 길옆에 큰북같이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북바우’라고 했으며, 한자로 ‘북암(北岩)’으로 표기한다. 북바우는 42번 국도 확장공사 때 없어졌다. (≪정선 여량면 지명유래≫, 여량면, 2010, 189쪽)
[북재]
나발골 남쪽에 있는 산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큰 고개’라는 뜻으로 ‘북’은 ‘산’의 옛말인 ‘붇’이 ‘붇’, ‘붓’으로 변해 생겨난 말이다. 바위고개를 넘어가면 덕우리에 이르게 된다. (≪정선읍 지명유래≫, 정선읍, 2012, 340쪽)
[북지골]
한대골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동남쪽으로 난 골짜기다. 일설에는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이 행차할 때 평민들이 그 곳 양쪽 길가에서 행차가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었다고 해서 복지곡(伏地谷)으로 불렀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 ‘큰 산’을 뜻하는 ‘북’과 고개를 뜻하는 ‘치(峙)’가 합쳐져 생겨난 땅이름으로 고개를 넘으면 새릿골에 이르게 된다. (≪정선 북평면 지명유래≫, 북평면, 2007,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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