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내와 소란

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50)

by 이무완

배달말에 ‘솔다’란 그림씨가 있다. ‘너르다, 넓다’와 맞서는 말로 자리나 사이 따위가 비좁을 때 쓴다. ‘솔다’의 말줄기인 ‘솔-’을 말밑으로 삼아 솔곶(>솔옷>송곳), 솔나무(>소나무), 솔쟁이(>소루쟁이), 솔바람, 오솔길, 솔돌바람(>손돌바람) 같은 말이 생겨났다. 동해와 삼척 지역 말에 화투 칠 때 적은 돈을 걸고 하는 작은 판을 ‘솔디기판’이라고 했다.

가끔 소나무는 솔 송(松) 자에 ‘나무’를 붙여 ‘송나무(숑나무)>소나무’로 바뀌었다고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훈몽자회≫(1527)에 “松 솔 숑”으로 쓴 데서 보듯 소나무를 가리키는 본디 말은 ‘솔’이었다. 다시 말해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나무로 보면 특징을 매우 잘 잡은 이름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배달말은 배달말끼리, 한자말은 한자말끼리 어울린다는 점을 생각해도 ‘소나무’가 ‘송(松)+나무’에서 말미암은 말로 보긴 어렵다.

‘솔-’은 솔골(솔올), 솔내, 솔고개 같은 땅이름도 쓰였는데, [솔]과 [송]이 서로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다 뜻겹침도 있는 까닭에 두 말을 섞으면서 송곡, 송내, 송현 같은 한자 땅이름으로 바뀐다. 자연스런 귀결로 소나무가 많다는 유래가 판박이처럼 전한다.

송천.jpg 지도 출처: 조선지형도, 1917

정선군 여량면에 송천(松川)이 있다. 냇줄기 이름이면서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정선 여량면 지명유래≫(여량면, 2010, 114쪽) 설명은 이렇다.


여량면 소재지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주변에 소나무가 많고 마을 앞으로 내가 흐른다고 하여 송천이라고 한다. 1871년(고종 8)에 편찬한 ≪관동읍지≫와 무자년(1888년)에 오횡묵 정선군수가 기록한 ≪정선총쇄록≫에 실린 지도에는 송천 마을이 ‘소나무가 물결치는 곳’이라는 뜻인 ‘송라리(松羅里)’로 나와 있다. (가운데 줄임) 조양강 물길이 굽이돌면서 형성된 퇴적지형으로 바깥쪽에서 보면 소나무 숲이 보이나 안쪽에는 너른 땅이 있어 밭농사를 짓는 곳이기도 하다.


송천 마을 앞으로 흐르는 ‘송천’은 평창군 황병산과 매봉 사이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굽이져 흘러 와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남쪽에서 흘러온 골지천과 만나 서남쪽으로 흘러 ‘조양강’이 되고, 정선읍내를 지나면서 ‘동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송천 마을은 옥갑산과 고비덕 사이 좁다란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내 가장자리에 있다. 마을 뒤편 고비덕산에 우렁우렁한 소나무가 더 많을 텐데 송천이라는 이름을 쓴 데는 송천가에 있기도 하지만, 마을 앉음새로 볼 때 좁다란 곳이라서 붙은 이름으로 보아야 한다.


송원.jpg 지도 출처: 조선지형도, 1917 (현, 정선군 임계면 송계리)

한편 노추산 줄기인 큰 너그니재 아래에 있는 마을로 ‘소란’이 있다. 소란의 한자 이름은 송원동(松院洞)이다. 떠도는 말로는 옛날 원터가 있어서 ‘송원’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지만 썩 믿을 만한 말은 아니다. ≪조선지지자료≫(1911)를 보면 한자로는 ‘松院里’로, 한글로는 ‘소란’으로 적었다. 아마도 ‘작고 가늘다’는 뜻으로 쓴 ‘솔-’과 ‘안’을 붙여 ‘솔안’이라고 했는데 [소란]이나 [소런]처럼 소리내면서 ‘송원(松院)’으로 둔갑하지 않았나 싶다. 짐작컨대 사거리에 있는 마을로 오가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원(院)이란 말이 그닥 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배달말 한입 더

소리쟁이 옛말은 ‘소을곶(所乙串)’이다. ‘솔곶>솔옷>소로쟝이>소루쟁이>소리쟁이’처러 바뀌어왔으리라 짐작한다. 뿌리가 송곳처럼 뾰족한 풀이라는 뜻이다.

오솔길 폭이 좁고 호젓한 길.

배다 물건의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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