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톺아보기(12)
저녁 뉴스 자막에 ‘전통적 효자 종목 여자 계주…8년 만에 왕좌 복귀’라는 글씨가 보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겨울올림픽 여자 3000미터 계주에서 여덟 해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기도 했다. 앞서 내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마침내 1위에 올랐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효자 종목’이라니 속이 거북하다. 혹시 나만 그런가? 무엇보다 여자 선수들이 이뤄낸 결과인데도 스스럼 없이 ‘효자 종목’ 어쩌니 하는 꼴이라니, 참말이지 봐 주기 힘들다. 에잇, 보기 싫으면 그만이지, 그깟 빗대어 쓴 말마디를 두고 따따부따 따지냐 할지 모르지만, 칭찬 받을 일은 어째서 늘 ‘아들’ 몫으로 삼는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이쯤 써놓고 보니 ‘효자 종목’ 아닌 ‘효녀 종목’이라고 바꾼대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가령, 컬링, 스키,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피드 스케이팅 같이 메달 따지 못한 다른 겨울 스포츠 종목은 모두 ‘불효 종목’이란 말인가. 애초에 효와 불효를 들이대는 비유부터 글러먹었다. ‘효자’ ‘효녀’ 말고 ‘강한, 뛰어난’ 같은 말로 바꿔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