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톺아보기(13)
“2026년 학생 스마트단말기 양품화 작업 계획 안내”
오늘 받은 공문인데 제목을 이렇게 썼다. ‘양품화’라는 말이 거슬린다. 양품화 작업을 하니까 학교에서는 업무에 참고하여 신청하라고 했는데 스스로 무지를 한탄하게 한다.
표지 공문에 “기 보급된 스마트단말기를 점검, 보수, 교체하여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학습 환경 제공”을 노리고 한다고 말해놓았다. 이 말에 기대어 나름 짐작해 보건대, ‘양품화’는 ‘양품’ 상태로 바꾼다(化)는 말로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단말기를 좋은 상태인 양품(良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해서 ‘양품화’로 쓴 모양인데 어이없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제조업이나 유통 쪽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손 쳐도 단말기를 살펴서 고장 나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치는 일이라고 하면 ‘손보기, 고치기, 손질하기’ 같은 말도 있을 테고, 한자말이지만 귀에 익은 ‘점검’ ‘수리’란 말도 있다.
결국 말의 생명은 소통에 있다. 공연히 남 애먹일 요량으로 쓴 말인지, 그도 아니면 신청을 적게 받을 요량으로 부러 쓴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억지스런 한자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양품화’ 같은 낯설고 어리둥절한 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버릇처럼 쓰는 말이라고 해도 먼저 읽는 사람을 헤아려 알기 쉽게 쓰려는 태도야말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