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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민트 Jul 07. 2024

[리뷰] 영화 '탈주'를 보고

실패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던  규남에게 보내는 편지

1. 제목에 대하여

  영어 제목 'Escape'.

한국어 제목 '탈주'. '도망'도 아닌, '탈출'도 아닌, '탈주'. 다음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니, '탈주 : 감금된 곳에서 몸을 빼어 달아남'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고는 '귀순 얘기구나'라고 생각했었 는데, '귀순'이야말로 나의 입장에서 귀순이지, 그대 입장에선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감옥 같은 곳으로부터의 달아남, '탈주'가 맞겠구나.


2. 죽어도 넘고자 했던 그 선 너머에...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양화대교'를 들으며, 팍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우리 가족 아프지 좀 말고 행복하잔 말로 하루하루를 응원하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삶을 그려봤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그대는 뛰고 또 뛰고, 총을 맞으면서도 그 선을 넘고자 했다. 배가 고파서도 아니요, 이념적인 거창한 것 때문도 아니었다. 내 삶을 내가 살고 싶어서, 실패라도 해 볼 수 있어서라 했다.

  실패라도  해 볼 수 있잖아...

그대의  그 한 마디가 큰 울림을 남긴다. 실패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했던 그대가 내게 던진 그 말. 실패도 누군가에겐 꿈이요, 사치일 수 있구나.


3. 현상에 대하여...

  현상은 왜 그토록 목숨 걸며 그대의 탈주를 막고자 했을까?그가 그렇게도 치열하게 그대를 저지하고 막아섰던 것은, 그의 맘 속에 있는 자유에 대한 부정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피아노를 향한 그의 열정을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으며 그가 택한 것은 현실에의  안주였다. 지킬 것이 많아서일까, 그는 자신의 꿈을 다시 가슴에 넣어둔다. 마지막까지 그대를 따라와서 혹여라도 같이 그 선을 넘나 했는데,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마치 슬픈 패배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4. 그대에게 부탁한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부탁한다. 숱한 선택과 실패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당당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많은 이들은 '행복하자'라며 행복을 지연시킨다. 나는 그대가 지금 행복하길 바란다. 사선을 넘어온 그대가 또다른 사선 같은 삶의 치열한 전쟁들 앞에서도 행복하길, 욕심내어 바란다.  실패들조차 우리 선택의 결과이기에 끌어안고 훌훌 털고 또 다른  선택지를 집어들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대에게 바라는 이 모든 것들이 실은, 갈 길을 잃은 듯 방황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하고픈 말들임을 밝혀둔다.





*사진  : <탈주,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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