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였을까.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던, 판매를 위한 글이던 상관없었다. 그 시간들은 써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억지로 쓴다 생각했다. 써야만 하니까 쓴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난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아.
여태껏 이렇게 여겨왔다. 그래서였을까. 몸이 아프고 가장 먼저 힘들어진 것이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무언가 읽는 것이었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활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포가 가슴을 옥죄어 왔다. 글자를 볼 수 없으니, 당연히 점점 글쓰기와 멀어져 갔다.
그러던 내가 증상들이 좀 괜찮아지자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엔 내 질병을 온라인상에 꺼내는 것이 한없이 무서웠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나 스스로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딱 첫 한 걸음, 그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 첫 한 걸음을 떼고 나니, 신기하게도 할 말이 많아졌다.
무엇이 그리 할 말이 많았을까. 할 말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그동안 마음속에서만 담고 있던 말들, 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던 말들... 그 말들을 써 내려가면서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구나.
나는 나를 드러내는 걸 좋아했구나.
나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길 원했구나.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었구나.
이제야 알겠다. 글을 쓰면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의 내가 참 좋다. 아프지만, 또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제는 그래서 내가 참 좋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