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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Nov 01. 2023

감사한 마음과 글쓰기의 연관성

감사 일기의 힘

"전 어휘력이 약해서..."

"전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전 하얀 공간만 보면 머리가 멍 해져서..."


글을 쓰지 않을 핑계는 참 많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그리 어휘력이 좋은 편이 못 된다. 비유나 은유를 하려고 해도 어휘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마케터로 활동하던 2020년 전까지만 해도 글은 써본 적도 딱히 남의 글을 읽어보려 한 적도 없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하얀 공간을 보면 여전히 머리에 쥐가 날 거 같은 날이 많다. 그럼에도 책을 썼고, 그럼에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럼에도 이렇게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 말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글쓰기의 장벽에 사로잡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글쓰기보다 일상에 감사한 마음부터 먼저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나는 조울증 환자이다. 지금은 내가 조증 상태에 있는지, 울증 상태에 있는지 스스로 캐치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랑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나마 조증 상태일 때는 괜찮은데, 울증 상태일 때는 만사가 귀찮고 모든 것이 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아픈 아들이 원망스러웠고, 아픈 신랑이 싫었다. (아들은 선천적 기관협착으로 기관절개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고, 신랑은 만성 신부전이다.) 그러던 때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 내 인생을 이런 식으로 살다가 끝낼 것인가?


그러긴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 조울증과 공황장애가 심했던 시기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도 많이 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그랬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렇게 우울하고 아무 의욕 없이 살다가 죽기엔 내 인생이 너무 불쌍했다. 나한테는 귀하디 귀한 내 인생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닌 갖고 있는 것들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에 집중하면 비교라는 감정만 치솟아 우울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갖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 생각보다 내가 상당히 많은 것을 갖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집,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필요한 걸 살 수 있는 돈, 육퇴 후에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여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


이렇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다 보니, 그것들에게 감사해졌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많이 쓰지도 않는다. 어느 날은 1가지, 어느 날은 3가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해 나갔다. 한 가지를 써도 충분히 그 상황과 내 감정에 몰입해서 써나가 보니, 조금씩 조금씩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또한 글감 찾는 훈련도 되는 듯하다.


물론, 어떻게 사람이 매일 감사만 할 수 있겠는가? 짜증 나 죽겠는데, 열받아 미치겠는데, 그 와중에 감사한 마음을 어찌 찾을까? 그래도 믿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 짜증과 열받는 일 속에서도 감사할 일은 분명히 있다고. 없을 거 같지만 찾아보면 또 나오는 것이 신기하긴 하다. 그렇게 감사일기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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