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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 Dec 06. 2023

20년 전, 캠퍼스 커플 연애 완전 정복 스토리 1

K장녀의 반항

OT 때 공연이 있어요. 수시입학하신 분들께 먼저 연락드리고 있어요. 공연하시겠어요?


수능 결과가 나오고 최종 합격이 결정된 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K대학 영어학부 학생회에서 연락이 왔다. OT 때 단대별로 공연을 하는데, 하겠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절대로 앞에 나서지 않는 그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었을까.


네, 할게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미리 동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하겠다고 해버렸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내향적인 난 학창 시절 그리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하기도 했다. 늘 그래서 친구가 많은 아이들이 부러웠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대학은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거였다. 같은 동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같이 나오는 것이 아닌, 전국에서 오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그 기회의 시작을 남들보다 먼저 할 수 있다고 하니,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잘 생겼네....?'


공연 연습 첫날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앉은 남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생겼으니까. 나도 모르게 계속 쳐다보면서 가는데, 심지어 같은 역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행복한 안구 여행은 여기까지. 연습에 늦으면 안 되니까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후... 어떤 친구들이 있으려나...?'


연습장 문 바로 앞이다. 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내 눈은 토끼 눈 마냥 동그래졌다. '아까 봤던 지하철의 잘생긴 남자가 왜 여기 있는 거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랬다. 그 남자가 여기에 있었다. 같이 공연을 할 친구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내 마음속에 그 아이에 대한 불씨가 생기기 시작한 건.


공연 연습을 하는 동안 총 8명이었던 우린 너무도 끈끈해졌다. OT 때 공연 역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개강을 했다. 영어학부였던 나와 지리학과였던 그 아이는 인문대를 오며 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종종 마주치곤 했다. 하지만 마주쳐도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내 마음속 불씨는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꺼져버렸다. 그 아이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3월 14일. 화이트데이.


난 어차피 줄 사람도 없었기에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인문대 앞 벤치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며 놀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나 사탕 안주냐?


나한테 하는 이야기인가 싶어 뒤를 돌아봤는데, 그 아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나한테 달래~ 여자친구한테 달라 그래~"

"헤어졌어. 그러니까 줘."


그렇게 나의 20살 연애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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