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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n 09. 2024

고양이는 담장을 타고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면 고양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말랑이랑, 하악이(말랑이 아빠), 방울이(말랑이 엄마)들도 신나서 뛰댕길까?


아니다. 얘네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오히려 한적한 절간에 사람들이 하루종일 몰려오는 주말에는 얼굴 보기가 힘들다. 철저히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은 숨어서 나오지를 않는다. 강아지들과 다른 점이다. 강아지들은 람들과 소통하려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반면, 고양이들은 털을 날카롭게 세우며 공격 태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자기 영역에 들어온 불법 침입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늘 뒹굴거리던 고양이들이 주말에는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 찾아보면 사람이 오를 수 없는 담장 위에 앉아있다.  항시 경계모드이다. 그래서 가장 높은 곳, 침입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안전한 곳이 담장이다. 담장 위에 앉아있는 걸 좋아한다. 내가 부르면 아슬한 담장 위를 걸어오는데, 그 당당한 캣워킹은 톱모델 부럽지 않다.

담장 위에 고양이들. 그대로 한 폭의 풍경이 된다. 이 담장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을 한다. 안전하다고 생각할 즈음 땅으로 내려온다. 저녁이 되면 삽살개들을 산책시키느라 가끔 풀어놓곤 하는데, 이때를 놓칠세라 고양이들을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들은 삽살개들이 올라올 수 없는 담장 위로 안전하게 올라선다. 다 사는 방법이 있는 법이다. 고양이 쫓던 개, 담장 쳐다보는 격이다.


오늘도 담장을 따라 낯선 고양이들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 담장을 따라 홀연히 사라진다. 하악이 방울이 모두 담장을 따라 내 곁으로 왔다. 그들이 내 곁에 오래 남아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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