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이면 그냥 갈 것이지, 잠자는 나를 발로 차다니. 맨날 집사가 이쁘다~ 이쁘다~ 쓰담해 줘서 윤기 좔좔 흐르는 내 머리를 말이야.
객승은 날 잘못 건든 거야.한마디로 잠든 사자의 후손을 건든 거지.
그래서 객승이 어디서 자고 가나 몰래 뒤쫓아갔지. 공양간 옆 요사채로 걸어가더군.그리고 오른쪽 기둥에서 세 번째 되는 댓돌 위에다 신발을 벗어 놓는걸보았지. 신발을 자세히 기억해 두었지. 낡은 등산화를 신고 있더군.
밤이 되기를 기다렸지.
댕~~~ 댕~~~
새벽 예불을 알리는 범종소리가 울려 퍼지더군. 요사채 방마다 하나둘 불이 켜지면서 스님들이 마루로 내려오더군. 그 객승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걸어오는 거야. 신발을 신으려고 오른발을 넣었다가
물컹~~~~ 으악!!!외마디비명을 지르며 다시 마루 위로 껑충 올라서더군. 객승이 소리를 빼액 지르니 옆에 있던 다른 스님들도 '어어어~~~~' 하면서 덩달아 놀라서 물러나는거야. 그 객승의 양말엔 뻐얼건 무언가로 젖어있었고 마룻바닥에도 물컹한 흔적이 남아있더군.잠이 확 달아난 느낌이더군.
귀신도 이겨 먹는다는 객승이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댓돌로 내려와서 신발을 살피더군. 그러더니 다시 허억! 하면서 마치 못 볼 것을 봐버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더군.
그리고는 휘~ 이 바깥을 살펴보는거야.
나는 저만치 담장 위에 걸터앉아 객승이 하는 걸 미리 다 바라보았지. 번쩍 레이저 인광을 빛내며 한마디 했지.
"꺄~~~~ 옹!!"
나와 눈이 따악 마주치자. 그 객승의 눈이 커지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짓더군. 얼굴이 흑빛이 되어버렸지. 아마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을 기억한 것 같더군. 그 뒤로 객승은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