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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n 30. 2024

집사를 괴롭히지 마라

남냥톡집(2탄)

나, 확실한 고앵이 신라,

주먹엔 주먹, 발길질엔 발길질.

결단코 지지 않는 나는 야, 고앵이 신라.

내 밥 주는 집사는 확실히 지켜주는 고앵이지.


새로운 여우 할마시 보살이 들어왔는데 자꾸 내 집사를 갈구는 것 같더군.

 맡은 임무가 다른데도 힘들다면서 내 집사에게 설거지도 미루고, 청소도 미루더군.

어제는 감자 한 박스를 집사 혼자서 깎고 있더군. 나는 집사 옆구리를 이마와 코로 문질문질하며 나랑 놀자고 칭얼거렸지.

집사는 한숨을 푹푹 쉬며  말하더군.

"할머님 손이 아파서 내가 대신해줘야 해. 신라야 다음에 놀자? 미안."

내가 먹지도 못하는 감자를 고 있느니 슬슬 부아나더군. 지금 시간이면 집사랑 술래잡기를 하며 노는 시간인데. 내 노는 시간을 뺏어 가다니. 그리고 집사에게 힘든 일을 시키다니.


할마시 보살이 얼마나 아픈가 하고 몰래 숨어서 바라보았지.

헐!! 아프다는 할마시가  대나무 바람이 시원히 불어오는 방 안에서 선풍기까지 틀고서는 시원한 수박을  먹어대면서 전국 노래자랑을 보고 있더군.

"청춘아~내 청춘아~어딜 갔느냐~"

줸장, 노래까장 따라 부르고 있더군. 내 집사는 선풍기도 없는 공양간에서 삐질 흘리면서 그 많은  감자를 는데...

그 할마시는 나한테 콱 찍혔지. 나한테 히면 끝장나는 거야. 그 할마시는 내가 집사와 놀고 으면

"저리 가? 이 해코지하는 나쁜 종자 놈, 저리 안 가?"

 하면서 나를 때리려 하거나 돌멩이를 던지곤 지. 내 집사에게도 막말을 하더군.

"짐승새끼 좋아하는 것 아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저리 갔다 버려. 내 옆에 오게 하지 마."

아니, 할마시 당신이 내 집사한테 왔잖아!

내 집사 옆에는 당연히 내가 붙어 있는 거고. 아, 할마시가 나를 모르는구나, 두고봅세.


 이제 절간에 쥐새끼는 찾아볼 수가 되었지. 내 소문이 쥐들에게 다 퍼진 거지. 그렇다고 다른 집에까지 들어가서 쥐새끼를 가져오고 싶지는 않았지.


마침 여름이고 장마진 뒤라 고것들기어 나올 때가 된 것 아서  좀 기다리기로 지. 고것은  자칫 역으로  내가 당할 수도 어서 껄끄럽긴 하더군. 내 친구들도 겁 없이 덤볐다가 퉁퉁 붓거나 독이 올라 고양이별로 떠나곤 했지. 하지만  여기는 8천 평 절간이 모두 내 나와바리. 이 절간에 미친 괭이는 나. 누구 하나 담그려면 내 불꽃같은 인생도 함께 걸어야 하는 법이지. 그래! 내집사는 내가 지킨다!

그래 너! 나와봐라!


그 할머니가 사는 방은 이미 알아뒀지. 왼쪽 끝방에서 두 번째. 댓돌 위엔 항상 검정 고무신이 놓여있지. 마침 그날은 비가 오려는지 습기가 많아서 그것들이 기어 나오기에는 안성맞춤이더군. 그것들이 있을만한 돌담과 수풀을 눈여겨보았지.

아니나 다를까

'스스스~스스슥~~낼름~낼름~스스슥~쎄~~에~~엑.'


댕~~~ 댕~~~

새벽 예불을 알리는 범종이 울렸지. 할마시도 새벽밥을 하려고 방 안에서 나오더군.

누구를 한방 먹이려면 상대가 가장 무방비 상태일때, 먼저 공격해에만 한다는 것을 난 이미 숱한 싸움의 기술로  터득해버렸지. 지금이 바로 그런 운명의 시간이지.


할마시가 마루에 걸터앉아 고무신을 신으려고 댓돌 위에 발을 내리려는 찰나,

"옴마!!!옴마!!!으어억!!!아이고~~ 하나님!! 관셈보살!! 으어억!"

 얼마나 소리를 꽥꽥 질렀던지 바로 옆에서 범종을 치던 행자님도 깜짝 놀라서 그만 종 치는 당목을 놓치고 말았지.

'대~~~~에~~  앵~~~~ '하고 은은하게 울려야 할 종소리가
'땡그랑!! 때대댕땡땡!! 떼~구~르~~ 땡땡!'

무슨 절 이 학교종이 땡땡아니고...


할마시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해서 신발도 신지 못하고 다시 방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달달 떨고 있었다지.

그날 마시가 침밥을 못해서 스님들은 생쌀을 씹어드셨다나, 어쩠대나...

절에서 일하던 처사님이 화장실에서 쓰던 기다란 집게를 가져와서 고것을 집어다 멀리 내버렸지. 절 살림 사십년 만에 살다 살다 그렇게 길고 통통 한 것은 처음 봤다 하더군.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칠순 할마시가 밖으로 나오는데 한순간에 백 살이 된 듯 보였다지.

그 뒤로부터는 내 집사를 갈구지도 고 일을 시키지도 않더군.

그리고 내가 그 옆에 지나가면

"묘 어르신님이 그러신겨?  미안혀. 다시는 안그럴껴."

하면서 싹싹 빌더군. 그래서 내 강렬한 눈빛으로 경고했지.

꺄~~~~~~옹!

내 집사 괴롭히지 마라!

 집사는 내가 지킨다!

내 눈에 찍히지 마라!

납냥특집! 무더우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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