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조음 Jan 10. 2024

배 째라 하면  쨉니다

우체부 아자씨

전방에 있는 군인과 시골 처녀가 깊은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데 알고 보니 우체부랑 눈이 맞았다 카더라~. 카더라 뉴스가 종종 기사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체부 아자씨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종종 하는가싶지만, 세금 고지서를 전해 줄 때는 소심하게 뒤통수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곤 한다. 좋은 소식도 얼마든지 전해줄 수 있으련만 각종 공과금  교통법 위반 고지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00서장이 발행한 고지서를 곧이곧대로 가져다

주는 우체부 아자씨가 더 미워 보이는건 무엇 때문일까?성격 파탄자 처럼 열일하고 계신 우체부 아자씨를 미워하는걸 보니 어지간히 고지서를 받긴 받았나보다.


 저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려도 한숨이 쉬어진다. 제발 지나쳐 가시기를. 제발~. 방금 지나쳐서 다른 집으로 들어가는 걸 분명 봤건만 '아차~한 집 빼먹었네.' 하면서 뒤로 빠꾸 해서 전달해 줄 때에는 머리 뚜껑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라 집구석 태워 먹는 건 시간 문제이다.


하필 높으시고 바쁘신  OO서장님께서 어찌 저를 아시고, 빨간 직인을 찍어  빼박 위반 사진까지 덧붙여 보내주시니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 줄라 캐도 증거가 확실해서 주먹이 혼자 울고 만다.

'거봐~니 차 맞지! 빨간불 선명하지? 용용 죽겠지?'

 아자씨는 주먹이 우는 줄 모르고, 안녕하세요~ 인사까지 깎듯이 하면서  충직하게 전해주시니 날마다 우는 주먹 을 무엇으로 달랠꼬.  

나는 OO서장 낯빤데기는 커녕 관심도 전혀 없는데  이렇게 자주 보내는 것을 보면 혹시  스토커?  


아, 쫌! 잠깐 도로 가에 세워두고 딱 11분~13분 사이에 얄짤없이 딱지를 끊어 버린다.  어느 날은 빵하나 사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차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는게 아닌가?

어라? 어라? 하며 두리번거리다 길바닥 에 돌멩이로 눌러 놓은 노란 딱지를 발견 하고 나서야 상황을 알아 차리지만 그야말로  완전 똥 밟은 날이다.  

 '니차 찾고 싶으면 잘  따라와 봐'

택시를 잡아 타고서 노란 딱지가  알려 주는 차량 보관소를  털레털레 찾아가다  바로 코앞에 견인차에 실려가는 내 차를 발견했다. 끌려가는  차가 내 차 라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못하는 홍길동 처지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견인차  꽁무니를  하염없이 따라 가는 처량함이란 이루 말할수 없다.


 보관하지도 않은 보관료 까지  뜯기고 나서야  비로소 금쪽이  차를 되찾는 순간,  '주인을 잘 못 만나서 니가 고생이 많구나. 미안허이~  험한 꼴 당한 내 차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핸들을 다시 잡았다. 주차 위반고지서, 차량견인비, 택시비, 보관료까지 빵값의 열배를 물고나니  '사람을 이렇게  약 올릴 수도 있구나,' 싶은 게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올라 이고 나발이고  정이 떨어진다.

뒤로는 아무 죄없는그 빵집을 손절하는 것으로 끝을 본다.

이 정도뿐이라면 내가 작정을 하고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한적한 시골길에 난데없는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단속하는 기색이 없어서  공갈 카메라인 줄 알고 무시하고 달리다  어느 순간, 동네 이장부터 한 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주민들이 다~다~다~ 줄줄이 걸려든다. 뭐랄까? 미리 그물을 쳐 두었다가 한꺼번에 고등어 잡이 하듯, 미어 터지게 잡아 올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낚인 등 푸른 고등어들의 주소지로  OO서장의  빨간 고지서를  일일이 전달하느라 우체부 아자씨도 참, 극한 직업일께다.  아자씨 본인것도 한두장은 끼어 있겠지만서두.


집 밖에서 드물게 아자씨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아니~~이 양반이~~아예~집을 거덜낼라고 작정을 했구만. 내가 그렇게 가만가만 다니라고, 여기 학교앞 카메라 있으니 조심 허라고 말 했어? 안했어? 뭐?13만원? 내가 아울렛에서 코트 15만짜리 사 달라고 할때는 돈 없다고 땅 파서 사라더니 ᆢ꼴 좋다. 13만원은 어디 땅 파면 나온디야? 이거 어쩔껴??엉??

엊그제 이 사단이 났는데 또, 고지서가 발각되면 진짜 이혼각!이 분명해서 늙으막에 뜨슨 밥 한 술이라도 려면 설설 길수 밖에 없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미리 고지서를 받아두는게 가정을 지키는 길이다.


오늘도 그랬다.

창 밖으로 눈 구경을 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우아하게 마시고 있는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아자씨가 주저없이 현관으로 들어 오셨다. 보통 때에는 고지서를 꼽아두고 가시던데 오늘은 큰 소리로 "등기 왔습니다! 사인을 요구했다.

???뜨뜨뜨뜨~~악악악악!!!

자동 차 건 설 기 계 압 류 통 지 서

 OO서장의 빨간 직인!!  도저히 안되겠다. 스토커로 신고해야겠다.

작년 7월에 신호 위반 4만원 짜리를 배째라 하고 배를 내밀었더니 자동차 압 라는 칼을 빼들었다.

 내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급여, 예금, 가상자산, 부동산압류,!!그래도 ~배를 내밀면, 번호판 영치!!, 그래~ 배를 내밀면, 국제 징수법 제 61조 자동차 공매!!!


참 나, 오늘 아침에 고지서 받았는데....산골에 사는 선량한  시민에게 어찌 이럴수가~

이참에 삭발하고 빨간 머리띠 두른  투사가 되든가, 진짜 머리를 깍는수가 있겠.

다들 배를 조심하시길. 마이 아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