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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an 19. 2024

 브런치 작가 되기

브런치 첫 입문(20일 경과)

 송구영신 제야의  종을 치는 시간에 나는 끙끙거리며 십 년 만에 글쓰기에 도전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글도 써본 사람이 잘 쓰는 법이다.

톡! 톡! 한자 쓰고 쳐다 보고, 영어 알파벳은 찾기도 힘들어  제야의 종소리는  고사하고   교향곡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  쓰다 보니 어느새 새벽 두 시.


브런치 첫 작품 <귀인이 내 옆에 있다> 쓰는데 6시간이 걸렸다. 다른 작가님 들의 글 구성이나 사진 배열을 커닝하며 어설프게나마 발행했다.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니 모두 프로 들이다.  다 잘 쓴다.  사진 배열이나 구성 또한 대단한 편집력을 가졌다. 하~읽을수록 내 글과  비교되고 주눅이 들어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겨우 자판이나 두들기는 내가 과연 이 바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아직 아무도 모르니 방을 폭파할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차피 브런치 작가에 합류하게 된 마당에 전달이라도 잘하고 싶어서 문단을 나누고, 글자를 강조하기 위해 빨간 글씨를 입히느라 또 새해 첫 날 반나절이 지나갔다. 돋보기 안경 너머로 더듬더듬 글을 쓰고,이케 저케 사진을 배열하니 조금 그럴듯해 보였다.  마치, 얼굴에 자신 없는 사람이 옷빨, 화장빨로 치장하는 것처럼, 나도 고양이와 풍경 사진으로 화면을 채웠다. 내친 김에 연재 작가를 하고 싶어 두개방을 더 만들었다.


한쪽은  예전에 써왔던 감성 수필을 모아 내면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저 산은 나를 보고 표범처럼 살라하네>, 한쪽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상, <절순이 사는 이야기>을 연재할 예정으로 목차까지 미리 만들어 두었다. 



십여 년 전 한창 글쓰기 하면서 저장해 둔 usb를 찾아 냈을땐 나도 모르는 몇만 평의 땅을 발견 한 것처럼 기뻤다. 잊고 묻어둔 코인이 대박 친 느낌!이랄까.

그래, 이거면 됐어! 일 년간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쓰는 거야! Usb에 저축된 글이 (비트코인, 조상땅 ) 든든하니 일 년 연재는 문제 없겠어!


간에 글들이 가득하니 후딱 질러 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돈() 있는 꼴을 참기 어려웠다. 돈() 보따리를 풀어 크게 굴리고() 싶어졌다.


예전엔 글을 쓰고 싶어도 글감이 없어서 생으로 글을 지어 내느라 원형 탈모가 생길 지경이었는데  작가를 하고 보니 하루에도 사건? 들이 우르르 쏟아져 메모장에  벌써 40개의 글들이 발사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빨리 연재 글을 자랑하고 싶어서 내 딴에는 작가답게? 독자와의 약속을 지킨답시고? 자정을 넘기는 걸 확인 하고 (00:00에 보내면 속보일까 봐) 00시 5분에 글을 내 보냈다.

글을 썼으니 숙제를 다한 기분이 들어 잠을 푹 잘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라이킷 알람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뜬  눈으로 날을 샌다.  라이킷 해주신 분들을  클릭해 보니, 와! 소리밖에 나지 않아  또 주눅이 들었다. 


24년 첫해 결심 한 바와 같이 독자와의 약속?(8명)을 지키고자 화요일, 금요일 에 맞춰(00시 5분~7분) 서너 편 글을 연재했는데 차츰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내 글은 연재 요일에 올라 오지 않고 스토리 글에만 남아 있었다.

이상하다? 예고된 제목과 요일에 맞게 올렸는데?


 다시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 보니 이런 멍청이가 어디 있나?연재 하는 코너에  글쓰기를 해야 하건만 그냥 연재 요일에 맞춰 스토리에 글을 올린 것이었다. 

바보, 멍충이 같으니라구. 이런 머리로 어찌 브런치 작가를 한다고 했을까?


내 스스로 머리에 꿀밤을 매기며 생각했다. 경쟁이라는것도 상대와 엇비슷해야 싸움을 하는것이지, 체급 차이가 벌어지면 아예 싸움이 안되는것이다. 大브런치 작가들과 자웅을 겨루다가는 그나마 있던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말것이다.


젊은이들 이겨 먹을 생각, 애시당초에 하지 말고, 늙은이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것 만으로 감사히 생각하며 절간의 항아리 늙어 가듯, 항아리에  담긴 글들을 한 국자씩 그릇(브런치)에 담으면 되는것이다. 입 맛에 맞고 안 맞고는 구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로 편하게 쓰려고 한다.


이미 올려진 글들은 <발행취소글  >로  임시 옮겨 놓고 연재 요일을  맞추느라 대기 중에 있다. 글들을 다시 살펴보니 엉망진창이다. 제목을 바꾸고 글을 다듬어 오늘 1월 19일(금) 브런치 시간에(오전 10시 30분)딱 맞게 첫 연재 글을 올렸다.

이런 줄 모르고 처음 구독을 눌러주신 분들은 왜 같은 글을 또 올리나? 혹시 치매?를 의심할 것 같아서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건 그렇고, 구독자 백 명 되면 떡 한말 올려서 잔치하기로 했는데ᆢ올해 안에 잔치할 수 있으려나? 흠.

                                 오늘 만난 개구리                                                

비트코인(usb)

절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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