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귀인을 만나면서(1화, 귀인이 내옆에 있다. 참조> 그동안 못하는 것들에 대해 한 가지씩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 도전이 수세미 뜨개질이다. 다이소에서 실뭉치와 바늘(천 원)을 사 왔다. 합해서 오천 원 정도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했다. 와우~그릇 닦는 수세미가 아니라 완전공예대전출품작들이다. 도저히 사람이 도전할 영역이 아니다. 바로 후퇴했다.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왕초보수세미 뜨기>를 검색해 봤다.
'먼저 실 잡는 법부터 천천히 따라 해 보세요. 왼손 검지에 실을 두 바퀴 돌려서~ 오른손으로 바늘을 잡아당긴후 고리를 만들어 보세요. 다시~천천히 실을 잡아당긴 후 감아서~ 다시 바늘로 당겨서~ 천천히...'
내가 처음이 영상 <정성을 뜨는 421, 영상 참고>을 접했을 무렵, 조회수가 백만이 넘었다. 오늘 조회해 보니 180만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스승이다
보고 또보고ᆢ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배우고 또 배우고ᆢ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급한 전화가 아닌 이상은 받지 않았다. 실을 풀었다 다시 감았다 수십 번을 했더니 실이 너슬너슬 해져서는 뚝뚝 끊어졌다. 무더위도 잊은 채 뜨개질에 몰두했다.
이렇게 재밌고 쉬운 것을 여태 몰랐다니.
일생동안 변명처럼 달고 살았던 '왼손잡이 라서요.'라는 말은 얼마나 부끄러운 말이었던가.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 고, 한 개만 더 만들고 자야지,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샜다.이쯤 해서 다들 하고픈 말이 있을 것이다.
"뜨개질 배우듯 공부를했더라면ᆢ수학을반복해서 배우고 또 배웠더라면ᆢ 서울대, 하버드는 들어가고도 남았을 텐데.
삐뚤빼뚤 수세미뜨기
수세미 호떡
날마다 수세미 호떡 한 장, 한 장을 구워 쌓아 두는 것도 큰 재미 재미였다. 길냥이 사료값에 보태라고 구매해 주신 분들도 계셨다.
"보살님예, 뜨개질 잘하시네예?
새벽바람이 쌀쌀하니 모자 한 개만 떠 주이소.간지럽지 않은 실 없을까예?"
한창 뜨개질 삼매 중에 도감 스님이 모자를 주문했다. 이제 막 나무숟가락다듬는 사람에게 '구 층 황룡사지 목탑'을 만들어 달라는
말처럼 들려서손끝 야무진 지인에게구조 요청을 했다.
다이소 실로 만든 지인의솜씨
"아이고~이런 거 하지 마. 나도 커튼이랑 옷까지 만들어서 형제들에게 선물했는데어깨에 물이 차서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어. 골병들기 전에 당장 집어치워. 다이소가면 자네보다 더 잘 만든 수세미가 한 개에 천 원이야. 그냥 사서 써."
내 건강을 생각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솜씨 없다고 핀잔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뜨개질로 수세미를 얻는 대신 눈을잃을 수 있다더니 토끼눈처럼 빨간 하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찌르르 아파와서 침까지 맞았다. 무더운 여름이 금세 지나갔지만 등허리가 심하게 아파 온건 사실이다.
이젠 뜨개실만 보아도 손가락 마디가 쑤셔온다.
그릇이 잘 닦인다. 수세미에게 무얼 더 바라겠는가.
왕초보 뜨개질은이만하면 된 것 같다. 다음엔 유튜브로 무엇을 배워볼까나?
각 분야의 유튜브 스승들이 넘쳐나서 배우는 건 일도 아니다. 판소리 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긴 하던데ᆢ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