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조음 Mar 03. 2024

산에서 북 치던 고양이(1)

산북이 이야기

산북이는 산에서 진짜 북 치고 있었던 고양이는 아니고 첩첩산중, 단독으로 지어져 있는 농가주택 주변에서 발견된 아깽이다. 강원도에 있는 '산북리'라는 지번인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미나 형제도 없이 발견되어 언니 집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처음엔 고양이가 아닌 헝겊뭉치가 놓여있는 줄 알았다. 무심코 지나쳤다가 가느다란 울음소리에 들여다봤더니 한주먹도 되지 않은 아깽이가 콩밭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주변에 민가는 전혀 없을 뿐더러 고라니, 멧돼지등의 덩치 큰 야생동물이나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도저히 야생 고양이가 생존할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산북이 발견된것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추측컨대 멀리 떨어진 민가에서 '독수리가 아깽이를 움켜쥐고 창공을 날다가 떨어뜨렸는데 하필 언니 집사의 콩밭에 떨어지는 바람에 발견되었다'는 전설 아닌 전설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언니 집사는 고양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다. 반면,  눈엔  고양이만 보이다 보니  '  그렇게 고양이를 싫어하는냐'고 물었더니

"정 이 안가 ."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울 언니는 고양이가 싫다고 하셨어~'


독실한 불자인  언니 집사는 다 죽어가는 아깽이를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아기 키우듯 산북이를 키우는데 완전 늦둥이 손자처럼  둥게둥게 이뻐 죽는다. '정 이 안 간다는 사람' 이  이제는 '정 들어서 산북이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되었다.


우유먹고 배 빵빵한 산북이

이렇게 조롱이떡같이 생긴 꼬물이를 늦둥이 삼아 키우는 낙으로 살다 보니 우리의 대화는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어제 트로트에서 임영웅노래 부르는 거 봤어? 어쩜 저리도 잘 생겼을까? 구성지게 잘 부르더라. 연예인 00은 또 보톡스 맞았나 봐. 얼굴이 예전만 못한 거 같애. 어쩌고~ 저쩌고~."

"울 산북이 가 화장실 앞에서 야옹 거리드라. 저 꼬물이가 나를 지 엄마로 아는가 봐. 졸졸 따라 다니다가 꽈당 넘어진거야. 바둥거리는데 넘 귀여워서 배꼽 빠지게 웃었어. 울 산북이랑 있으니 안 적적해. 울 산북이 가 조금 전에는.. 산북이 가.."

'산북~ 산북~ 둥둥!! 둥둥~!!


산북이 가 치는게 아니라,  언니 집사가 치는것 같다. 그 좋아하는 트로트와 드라마를 내 팽개치고 'tv 동물농장, 고양이 유튜브, 광팬으로 갈아탔다.

 진짜 산북이는 흥부의 제비처럼 독수리가 물어다 준 행운의 고양이 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니는 산북이를 만났을 때부터 성장할 때까지 매 순간을 사진으로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들이 하도 '산북이' 이름이 촌스럽다고 해서  자존심 상해서 확 바꿔버렸어. 이제부터는 '골드'라고 불러라."

산북이, 아니 골드 이야기는 다음 화에 계속된다.

산북, 산북, 둥둥!! 개봉박두, 둥둥!!

매거진의 이전글 내 눈엔 고양이만 보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