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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r 24. 2024

마중냥이

저기 멀리 오도카니 앉아있는 냥이가 있다.

이제 막 아깽이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녀냥이다.

어미 방울이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어디에다 새끼를 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출산일이 다가워질수록 배가 땅에 닿을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하루에 서너 번씩 다니러 왔다.

'저 방울이 왔어요, 맘마  많이주세용'


러다 홀쭉해진 몸으로 하루 한번 정도 후다닥 사료를 먹어 치우고는 새끼를 돌보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방울아? 방울아?"

늘 오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 괜한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여린 병아리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방울이가 의기양양하게 저랑 꼭 닮은 아가들을 몰고 와서 인사를 시켰다.

"내 새꾸들이에요. 잘 키웠죠?"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저 꼭 닮은 새꾸들을 친정엄니한테 인사시키듯 소개를 했다.

"새꾸들아~여기가 첫 번째 밥집이야.

여기는 언제든 사료가 있고  집사가 기분 내키면 북어 트릿이랑 내놓더라고.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소리만 빼액~ 질러.  집사 나올 때까지  질러, 알았지?

여긴  좋은데  사나운 삽살이 세 마리가 있으니 항시 조심해야 돼."


새꾸들이 나를 처음 봤는데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없는 밤중에 이미 끼들을 몰고 와서  여러 번 탐색을 한 모양이다.

누가 첫째이고 막내인지,

가 갸 같고

갸가 야 같아서 이름 짓는 걸 포기한다.

그리고 점점 영역이 넓어지면서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일까? 새끼 세 마리 중에서 한 마리만 남았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새끼를 잘 길러냈어도 성체가 되면서 뿔뿔이 흩어져서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어미 혼자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찍 별나라로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그렇게 꿋꿋이 살아남은 방울이 딸, 말랑이가  어미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다 한 번씩  어미 고양이 방울이가 나타나지만 밥만 바로 사라진다.

새꾸에게 물려준 자리라 생각했는지 아는 척할 틈도 없이 사라진다. 혹시나 밤에도 찾아올까 봐  사료를 듬뿍 놓아둔다.

나는 총총히 사라져 가는 방울이에게 큰 소리도 외친다.

"방울아~배 고프면 언제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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