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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zu Oct 14. 2022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우리가 만난 우주'



다중우주라는 소재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감상을 갖고 있지 않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으려 했다. 호평이 가득하다는 이유로 기대를 잔뜩 하고 가면 대게 그보다  미치곤 하니까. 이건 기대작을 대할  일부러 갖는 습관인 거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뉘어있고 1부부터 꽤 거세게 몰아붙인다. 물음표를 가득 안겨 주다가 사이사이 우스꽝스러운 느낌표를 던져 준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으면 꼭 내가 양자경과 함께 멀티버스 여행이라도 하는 것만 같다. 셀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은 우주를 신나게 휘젓고 돌아다닌다. 꽤 많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는데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연출이 많았다.


이 영화는 난잡하게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에너지로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지 않다. 유머러스 속에 삶에 대한 애환과 사랑을 적당히 녹여 넣었다. 아닌 척 인류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는 영화다.


무수한 우주 속 우리는 티끌도 되지 않는 존재일 것이다. 좋지 않은 갈림길만 선택하여 최악의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자꾸만 묻고 흩트린다. 너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 인생에 답 같은 게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답노트를 작성해야 하는 건가.



생명체가 아닌 돌멩이가 되어 대화하는 엄마와 딸을 바라보는데 그들의  마디,  마디가 자꾸  가슴에 잔잔히 돌을 던졌다. 우리는 모두 멍청해. 형편없어. 그래, 맞다. 나는 자주 형편없는 사람이고 멍청한 짓도 종종 한다. 우당탕탕 넘어지고 발을 헛디딘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그게 나인데. 발을 디디고 서있는 지금 현재인데. 결국 다시 일어나 또 다시 봄을 맞이할 텐데.


그 무수히 많은 우주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악의 너를 선택할 것이다. 평범한 너이기에 더욱 안아줄 것이다.

너는 그대로도 충분한 사람이니까.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다정에 대한 영화이다.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무한한 사랑을 품고 있다. 규칙 따위 신경 쓰지 말자고 말한다.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함이 콧잔등을 시리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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