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능은 몰입
사람들은 내가 4개월 공부하고 교대에 갔다고 하니 머리가 엄청 좋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논리적 지능을 주로 측정하는 IQ가 나는 별로 높지 않다. 물론 중학교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 측정한 것이니 신뢰도는 낮다.
막내동생은 지능이 133이란다. 보통사람 보다 많이 높다. 역시 중학교 때 나온 수치다.
동료 과학부장이었던 남자교사가 어떤 주제든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과학 분야나 철학 등은 당연하고, 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쌀의 종류와 윈산지, 특징, 수분 함유량 % 까지 이야기했다. 사전을 읽고 있는 줄 알았다. 너무 놀라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신이 멘사회원이라고 했다. 지능이 160이 넘는단다.
이렇게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지능은 보통 같은 연령대·같은 문화권 사람들을 기준으로 평균을 100으로 맞춰놓는다.
그래서 IQ 100이면 그 또래 집단에서 정확히 중간 수준이라는 뜻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략 85~115 사이에 몰려 있다(약 68%).
막내동생은 초등학교 때 성적이 하위였다. 다른 동생들처럼 막내도 학습면이나 일상 생활에서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 호기심 충만하여 집안의 시계나 고장 난 전자제품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놀았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제천에서 2년 동안 살면서 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동생이 수학 문제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문제를 소리 내어 읽었다.
동생은 "아, 됐어. 답이 21이네. " 한다.
문제를 다 읽은 것도 아니고 계산과정을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암산으로 이미 답을 내놓았다.
동생이 머리가 정말 좋구나 했다.
다른 과목 성적은 좋지 않았는데도 초등5학년 수학올림피아드 대표로 나가기도 했다.
결국 동생은 이과계 박사를 했고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 일을 한다.
이런 동생과 달리 내 지능은 보통사람 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그런 성적을 냈을까 가끔 생각했다.
중학교 때까지 집에서 숙제 이외의 공부, 예습이나 복습을 해 본 적이 없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대신 학교에서는 수업에 집중했다.
수학의 경우 필기를 하지 않고 노려보듯 칠판을 응시했다. 수업이 끝나면 그때부터 혼자 문제를 풀었고, 안 풀리면 친구 노트를 보았다. 그렇게 수학은 저절로 성적이 좋았다. 많은 독서는 국어 성적을 걱정하지 않게 했다. 다만 암기 과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집에서 암기하는 공부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고입 재수 때도 3개월 정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했는데, 중학교 선생님들 모습이 떠올랐다. 예를 들었던 것들과, 농담까지 생각났고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수업에 집중했던 결과일 것이다.
두꺼운 참고서를 모두 집중하여 읽고 나니 다 이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제가 술술 풀렸다. 이상했다. 이렇게 쉬운 거였나?
독서가 문장 이해뿐만 아니라 메타인지 능력을 발달시켜, 문제해결력도 향상한 결과 일 것이다.
독서(특히 능동적·몰입형 독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상위 인지 능력)를 발달시키는 데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책을 읽다가 “이 부분 이해가 안 가네”, “앞부분 다시 읽어야겠다”, “이 주장의 근거가 약해 보인다”처럼 스스로 깨닫고 조정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몰입 독서 → 이해 안 되는 부분에서 멈춤 → 전략 적용(재독, 메모, 연결 짓기) → 다시 진행 → 평가(이해했나?)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문제 해결력과 자기 조절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공부뿐 아니라 일상 문제 해결, 감정 조절, 목표 설정 등 삶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한 친구네 집에 있는 소년소녀 세계 문학전집을 모두 읽었다.
중학교 때는 한국문학 전집이랑 아문센 탐험기 같은 탐험기, 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추리, 탐정소설도 많이 읽었고, 세계문학도 꽤 봤다. 모두 누가 강권해서 읽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다. 책은 나의 현실 도피처였다.
책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엄마가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등짝 스매싱을 엄청 당했다.
나는 듣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도 거의 세계문학 관련 책만 읽었다.
윌리엄 서머셋 몸, 헤르만 헤세,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토머스 하디, 에밀리 브론테, 샬롯 브론테, 기 드 모파상, 윌리엄 셰익스피어, 루이제 린저…
이런 책 속에 빠져있다가 시험 때가 되면 5일 정도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친구들은 내가 매일 공부하느라 얼굴이 누렇게 떴다고 하더니 시험 때가 되면 우리 자취방으로 몰려왔다. 같이 공부하자고 하면서 수다만 떤다. 그런데 난 그 수다 속에서 공부를 했고,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오히려 졸리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전날 저녁에 공부하고 시험 당일 오전에 공부해서 오후 시험에 합격했다. 2개 틀렸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천잰가 하면서 어이없어 웃는다.
나의 이상한 성취들은 바로 집중력, 몰입의 효과와 독서를 통해 길러진 메타인지의 문제해결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어쩜 성향일까?
문제는 매사에 지나치게 몰입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청주의 무심천에서 봉사활동을 1학년 전체가 한 적이 있다.
내가 쉬지 않고 삽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친구들은 놀고 있는데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치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깜짝 놀랐다. 나 왜 그러지?
교사일 때도 시간을 넘겨 수업하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듣기 일쑤였다.
무언가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려 하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생각에 빠져있다가 정류장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글을 읽으면서 ♡♡에서의 열정이 넘치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
동료 선생님이 브런치 글을 읽고 보내온 글의 일부다.
사람들은 '열정' 또는 '열성적인' 단어로 나를 기억한다.
은퇴 후에도 그림을 그린다더니 하루에 한 점씩 매일 그렸다.
브런치 작가라고 글을 쓴다더니 매일 한편씩 올리고 있다. 대신 그림은 쉬고 있다.
때론 지쳐서 침대에 누워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고 아픈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남편이 무엇을 묻고 있는데 전혀 듣지 못한다. 멍한 나를 보고 여태 자기 혼자 말하고 있었네 한다. 글을 쓰더니 이상해졌다. 하루 종일 글을 쓰는 사람 같다고 한다.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무언가 대꾸를 하려고 했는데 질문을 못 들었다. 함께 산책하면서도...
돌아오자마자 또 휴대폰을 들고 글을 쓰고 있다.
나 잘 쓰고 있을까?
또 컨베이어벨트에 올랐나?
천천히 천천히 숨을 가다듬고
휴~~~~
아, 주식, 주식도 놓치고 있다.
샌디스크 560 왔을 때 매수했어야 했는데..
글을 쓰고 있었다. 에휴~
후유증이 심하다.
또 다른 후유증은 건망증이다.
늘 어느 한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이를 닦았는지, 약을 먹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약 먹으라고 남편이 큰소리로 말해서 나가니, 약 먹는 것을 잊었다.
휴~
정신을 차리자. 내가 돌보지 않아서 그런지 어제 주식이 폭락했다. 나는 서학개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