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 가는 두 시어머니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은 거야?

by 파도타기

시어머니는 자식들의 나이를 자꾸 속이신다.


우리 아들 며느리 아직 현직이야. 정년퇴직 아직 멀었지. 50 조금 넘었는데...


나는 한동안 평일에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했다. 현직 교장 며느리가 평일 낮에 어머니댁에 방문하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걱정을 하니 ,


걱정 말아라, 내가 방학이라고 했어.

방학도 알고 휴가도 아신다.


아들보다는 며느리한테 대접받았다는 것이 더 자랑인가 보다.


지금 며느리가 저녁 사준다고 해서 가는 중이야.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과 며느리를 팔면서

경로당 인싸가 되셨다. 우리 집에 잠깐 오셔도 전화가 연신 울린다.


지금, 며느리한테 왔어. 손자 생일이라고 밥 먹자고 하네.


최근에 드디어 나와 남편은 어머니의 시계에서 은퇴했다. 다행이다. 어머님이 이사를 하게 되어서 평일에도 계속 드나들게 되자 할 수 없이 우리를 퇴직시킨 것이다.

대화 중에 아들 며느리 나이가 나오면 짜증을 내듯 속상해하신다.


어머니 저도 곧 70이에요.


아유~ 70이 뭐니? 아직 멀었다.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속상해 죽겠다. 내가 나이 먹는 것은 괜찮은데, 자식이 나이 먹는 것은 너무 속상해,


아들의 머리가 조금 길거나, 등산바지, 허술한 점퍼 같은 것을 입어도 꼭 한마디 하신다.


머리 깎을 때 됐는데... 좀 자르지.

염색해야 하지 않니?

바지 이거 입지 말아라.


남편은 이런 잔소리에 짜증을 낸다.

옷도 맘대로 못 입는다고 속상해한다.


어머니는 아들 며느리를 교수님, 교장선생님 모습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모양을 내지 않는 아들 며느리가 야속하다.


내가 남편 흉이라도 보면

그래야, 어릴 적부터...


70이 다 된 아들의 아기 때 모습과 습관을 어제 일처럼 자세히 이야기하신다.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같은 이야기다.


어머니의 삶 속엔 아들 밖에 없다. 아들 어릴 때 이야기를 하실 땐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한 표정이다. 3살 증손자를 보고도 60대 후반 아들의 어릴 적 모습과 비교하신다.


큰딸이 어머니를 위해 보낸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아들에게 건넨다. 딸이 알까 봐 잘 먹었다고 거짓말하고, 우리가 받지 않을까 봐 또 거짓말하신다.


큰딸이 너희도 주라고 두 개 보냈다.


친구들이 준 반찬, 복지사가 준 김치도 우리한테 넘어온다. 나는 이런 일이 영 못마땅하다.

요즘은 김치를 내가 담가서 가져다 드린다.


이건 전라도 솜씨다. 맛있으니 가져가거라.


어머니 댁에서 큰딸이 보내준 생수를 한 번 가져온 적이 있다. 어머니는 생수를 우리가 갈 때까지 보관하였다가 주신다. 아들은 생수 한 병 사 먹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머니 모습에서 종종 우리 얼굴도 겹친다.


큰애가 올해 40이야.

뭐라고?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은 거야?

그럼 둘째는..?

우리도 자식들이 나이 먹는 것이 속상하다.


나도 아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땐 텐션이 올라간다. 손자보다 어린 아들의 모습에 집착한다.

그러다 아들이 상처받을 이야기까지 꺼내고 후회한다.

아들 이야기는 모든 사건이 신나는 추억이다.


나도 아들이 오면 줄 게 없나 냉장고를 뒤진다. 무엇이라도 주고 싶어 찾으면,


엄마, 왜 자꾸 할머니 닮아가요? 됐어요.

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무안할까 봐

어머니 주세요. 맛있어요. 잘 먹을게요.

한다.


꿈속에 나타나는 아들은 언제나 3살에서 5살 정도다.

지난밤에는 3살 아들과 아들의 첫돌 된 딸이 함께 나왔다.


어머니도 어린 아들 꿈을 꾸실까?

나의 무의식 속에는 아들들이 자라지 않는다.

어머니의 무의식에도 자식들은 늙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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