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용

나의 개천이야기 8- 이유없는 소나기

by 파도타기

학교는 좋은 추억만 남겨주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나를 아껴주셨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너 이리 와!
누가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을 다니라고 했어?

고등학교 3학년 점심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소위를 지냈다는 여자교련선생이 막 청소를 한 현관에 운동장 모래를 묻혀놓은 학생을 불러 세웠다.

당장 입으로 핥아!

옆에서 청소를 하던 나는 대걸레로 반사적으로 그 모래를 닦았다. 혹시라도 그 학생이 바닥에 입을 댈까 봐 걱정되었을까?
아니면 그런 지나친 벌을 내리는 교련 선생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죄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어떤 판단의 여지도 없이 닦아냈다.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번개가 쳤다.
교련선생은 자기의 화가 다 풀리도록 출석부로 내 머리를 수없이 내리쳤다.
난 머리를 숙이고 아무 대항도 못하고 맞았다.
그리고 교실로 들어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울었다.

왜 내겐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출석부로 죄 없이 맞은 것은 이때뿐만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둘째 날,
등교를 하면서 복도에서 담임선생을 만났다.
곱게 인사하는 내 머리에 타작이 시작되었다.
왜 맞는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금까지도 이유를 모른다.
직장생활을 할 때, 그 선생이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님이 내대신 벌을 내리셨다고 생각했다.

난 왜 묻지 않았을까?
선생은 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을까?

나는 당시에 혼자서 그 이유를 많이 짐작하려고 했다.

전날 동네 구멍가게를 간 적이 있다.
담임도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 가게에서 담임의 중학생 딸을 만났다.
딸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
다만 물건을 사면서 가게주인인 친구에게

"저 아이의 아버지가 우리 담임이야"
라고 했다. 그뿐이었다.

아마, 담임은 내가 당신의 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생각했을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사모님이 바람이 났다고 친구들이 수군거렸다.
어쩜 내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소문을 퍼뜨렸다고 생각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문은 이유 없이 맞고 나서 한참 후에 들었다.

우린 가끔 이유 없이 소나기를 맞는다.
또 파도에 휩쓸려 부서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 파도에서 살아남은 나를 위해 건배!

그림은 미셀 앙리 전시회를 다녀온 후, 투명병을 그리고 싶어서 그린 습작으로 야래향 나뭇가지와 포인세티아 잎이다. 모든 소재는 남편이 키우는 베란다 식물들이다.

작가의 이전글개천에서 난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