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천이야기 9 - 담임을 용서하다
내 머리를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때렸던 고2 담임은 역사를 가르치셨다.
다른 선생님들은 칠판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판서하고 읽어주면 수업이 끝났다. 그런데 역사를 가르친 담임은 칠판을 도화지로 사용하셨다.
분필로 순식간에 '갓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앉아있는 서경덕'을 실감 나게 그리고 이야기를 하셨다.
우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했고 수업은 늘 재미있었다.
이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나의 수업에 도입하여, 수학조차 공주님을 칠판에 크게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공주님이 결혼을 하려면 보석 10개가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 7개뿐이네요. 몇 개가 더 필요한가요? 식을 만들어 볼까요?
아이들도 우리처럼 집중력이 좋았고 문제를 쉽게 이해했다.
회사에 다닐 때 제천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고2 때 담임선생님과 나란히 사진을 찍은 것을 발견했다. 두 분이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계셨던 것이다.
난 선생님의 체벌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이유를 묻지 못했다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개천의 찌꺼기로 남아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인이 아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에 대해 무고한자를 의심하고 수치심으로 분노조절 장애에 갇혀 억울한 일을 종종 만들어낼 뿐이다.
선생님을 공격하고 압박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뒤늦게 선생님을 용서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