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따러 가자
100년 만에 가장 큰 달이 떴다기에
달을 따러 현관문을 나섰는데
빌딩 숲사이 하늘은 조각조각 나눠지고
나뉜 하늘 사이로 은하 같은 구름은 흐르는데
내가 찾는 달은 보이지 않아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쳐다보던 병아리처럼
까딱까딱 고개를 위로 아래로 흔들며
빌딩숲을 헤쳐가는데
빌딩 너머 저쪽 반사판처럼 빛나는 구름 몇 조각
아, 거기 너 숨었구나,
머리카락 보았다.
빌딩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쫓았는데,
아뿔싸, 빛나던 구름조각 마저 숨었구나.
아파트를 다 돌아 옛 살던 동네까지 찾아갔더니
가로수에 걸린 인공의 달들이
줄을 지어 선보인다.
내가 찾는 달은...
넌, 아냐
네가 좀 더 가까이서 빛나고 있지만
저 높은 하늘 꼭대기에서 숨바꼭질하고 있는
'이승윤'이 노래하는 달을 찾는 거야.
오래도록 더 찾았지만 찾을 수 없어
그래, 나도 내 달을 만들어야겠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니
아, 그대 휴대폰에서 빛나고 있었구나.
내가 찾을 수 없도록 박제한 그대
휴대폰 안에 뜬
'달이 참 예쁘다고 '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 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2022.9.9
* 당시 이승윤의 팬이었어요. 열심히 공연을 다닐 때 기억이 나네요
달이 참 예쁘다고
이승윤
밤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움큼 집어 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 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 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닿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