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변에서

by 파도타기

경포해변에 2년 만에 다시 왔다.

5년 전부터

우리는 매월 왔었다.


무엇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 위해


바다 흐린 눈으로 쉬고 있는 날

하늘도 빛깔 없이 숨을 멈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때


그냥 왔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스스로 지쳐서

물거품이 되는 신비 속으로

빠져들었다


태풍이 불고 비바람이

몹시

흉폭하게 내리치는 날은

바다도 슬픔에 겨워

철퍼덕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무심코 터져 나오는
바닷가 낯선 비명은
차마 아물지 못한 상처를
밖으로 토해내는 몸짓이었다


5년, 길지 않은 세월이 상처를 씻고
흐릿하게 벼려놓았지만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슬픔
발밑에서 서늘하게 꿈틀거린다


오늘, 경포해변은

해초향내 품은 파도가 휘파람 불며

따스한 금빛 모래로

발가락을 비비적거리는 여인을 호린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