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버리기. 말처럼 쉽지 않은 나와의 싸움
직장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8년이 넘어섰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학업을 계속한 탓에
초등학교부터 치면 대학원까지 학교수업을 듣고 공부란 걸 해 온 기간이 무려 30년이 넘는 것 같다.
물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흔해 빠진 잔소리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 공부했으면 스스로 만족할만한 인생을 살고 있어야 할 법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다.
40대 후반 중년의 나이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스스로의 행복에서도 여전히 불만과 아쉬움이 남는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부모, 내 아내도 내 공부의 투자 대비 효과성에 늘 의문을 품고 있는 듯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공부를 좋아했을까?
아니면 공부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을까?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니 나 자신을 닦달하여 뭐라도 읽고 익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에 늘 사로잡혀 왔던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제목만으로 위로가 되는 책, '게으르다는 착각'(저자: 데번 프라이스)을 떠올려 본다.
책의 요지는 대강 이렇다.
"우리가 흔히 스스로 게으르다고 느끼는 감정이, 실제로는 개인의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사회가 나에게 강요한 과잉 생산성-성과주의 체계'에 대한 몸과 마음의 신호이다. 이 신호를 죄책감으로 억누르기보다, '휴식'이나 '덜함',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인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잠깐은 위로받았다. 안심했고, 좀 더 강박 같은 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관성의 법칙은, 인간의 욕심은 날 지배했다.
여전히 목말랐고, 읽지 않으면 불안했고, 이것저것 벌리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다.
다 읽지 못한 새 책들이 쌓여갔으며,
미처 시험장에도 가보지 않은 자격증 관련 가입 카페수가 늘어났다.
일종의 자기 계발 중독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서 일을 하고 공부한다고 착각하지만
오히려 나를 잃고 있는 듯하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어렸을 때, 학창 시절에, 직장생활에서
보이는 행복이 아니라 스스로의 충만감을 가졌던 때가 언제였더라.
글을 쓸 때 아닐까
그 글이 다른 이에게 읽혀질 때
읽은 이들이 공감할 때
나와 같다고 위로하고 응원할 때
그때가 아닐까
잔을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욕심을 비워야 나를 채울 수 있다.
글쓰기는 욕심을 비우는 수단이자 그 빈자리를 채우는 샘이다.
그러면서도. 제발 이곳에서의 글쓰기가
또 다른 내 중독증의 도구로 전락해버리지 않기를 소원한다.